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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비게이션, ‘무료 업데이트’ 딜레마에 빠지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5년 전에 구입한 내비게이션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뭐 하러 새 내비게이션을 삽니까? 공짜로 업데이트 받으면 별 문제없이 계속 쓸 수 있는데….”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가 ‘업데이트의 늪’에 빠졌다. 내비게이션 시장포화로 신규판매나 교체수요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 지도ㆍ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관행이 굳어지면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

9일 업계에 따르면 내비게이션 시장규모는 지난 2010년을 정점으로 매년 15~20%씩 줄어드는 추세다. 거치형과 매립형, 순정제품을 모두 합한 내비게이션 수요는 지난 2008년 160만대 선. 이후 2011년부터 매년 5만~10만대 규모로 시장이 감소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수요 감소에는 업체가 제공하는 무료업데이트도 한 몫을 했다. 별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늘 지도정보가 최신으로 유지되니 사용자들이 기기교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료 업데이트에 업계가 지출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팅크웨어, 파인디지털과 함께 내비게이션시장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엠엔이 매년 업데이트에 사용하는 예산은 100~150억원 가량이다. 도로실사에 투입되는 100여명의 인건비부터 행정구역 변경사항ㆍ주요시설물 데이터 구축, 업데이트용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매출의 10~15% 이상이 쓰인다.

현대엠엔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1년에 전체 국토의 20% 이상이 변화한다”며 “복잡한 신호체계와 감시카메라 정보를 늘 최신으로 유지하려면 대량의 자금 투입을 피할 수 없는데, 고객 편의를 생각하면 외국처럼 유료 업데이트를 할 수도 없으니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팅크웨어 관계자 역시 “신설ㆍ변경 된 도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에 나가있는 실사팀의 연간 이동거리만 지구를 40바퀴 도는 정도” 라고 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짧게는 2주, 길게는 두달 간격으로 시행되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의 유료화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팅크웨어는 국내 최초로 3D 내비게이션을 출시하면서 정액권(1년 2만원, 2년 3만3000원, 3년 4만3000원)과 이용권(1회 6000원, 3회 1만6500원, 5회 2만3500원) 형태의 유료 업데이트 정책을 실시했지만,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초기 예상보다 부진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팅크웨어는 이후 오랜 시간이 걸려 자사 3D 내비게이션 사용자의 50% 정도를 유료 업데이트 고객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신규고객들로부터는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지다보니 업체들도 쉽사리 업데이트 유료화에 나서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선에서 업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방향으로 점차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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