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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전셋값…그냥 경매로 사?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 77.4% 최근 회복세…일부는 급매보다 높게 책정 무리한 응찰 주의를
지난 19일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4계.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76㎡형(이하 전용면적)이 경매에 나와 요즘 흔치 않은 90% 이상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감정가 5억4000만원인 이 아파트는 한 차례 유찰돼 4억32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를 시작했다. 응찰자는 모두 7명.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5억1111만원에 입찰한 신모 씨가 새 주인이 됐다. 낙찰가율은 94.7%까지 치솟았다.

이날 이 법원에는 모두 27건의 주택이 경매에 나와 20건이나 낙찰됐다. 나머지 7건은 경매를 ‘취하’(채권자가 경매를 취소하는 것)하거나 ‘변경’(경매 일정을 미루는 것)했다. 경매시장에서 취하나 변경은 채무자가 자금을 마련했거나 자금 마련 일정을 제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통 시장 회복기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에 나온 주택 물건이 유찰되는 일 없이 대부분 주인을 찾은 건 주택시장 호황기에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경매시장 회복 조짐 뚜렷=수도권 경매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수기를 맞아 매매시장에는 급매물이 늘어나고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매시장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응찰자가 늘어나고 낙찰가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0일 현재 수도권 아파트의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6명으로 늘어났다. 평균 응찰자 수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난 영향으로 5월 6.7명에서 6월 5.6명으로 급감했다가 7월 5.7명, 8월 6명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 낙찰가율도 77.4%로 지난 3월(77.1%) 수준을 회복했다. 낙찰률(경매물건 대비 낙찰물건 비율)은 40.4%를 기록해 다시 40%대로 진입했다. 수도권 아파트가 경매에 나오면 10건 중 4건이 주인을 찾는 셈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매매시장 침체와 달리 경매시장은 꾸준히 수요자가 몰리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셋값 수준으로 집 장만을 할 수 있는 물건도 많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주택 수요자들이 꾸준히 경매시장을 노크하는 것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셋값이 급증하면서 전셋값 수준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을 찾는 수요자들도 늘었다. 

예컨대 지난 12일 수원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서원마을5단지 ‘금호베스트빌’ 102㎡형은 1억8532만원(감정가 3억6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권리관계가 다소 복잡해 쉽게 응찰자가 나서지 않아 여러 차례 유찰된 결과다. 그런데 이 아파트 전셋값은 현재 1억9000만~2억2000만원 정도여서 낙찰자는 전셋값보다 싸게 내집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지난 14일 의정부지법에서 경매를 진행한 남양주 화도읍 창현리 현대1차 아파트 61㎡형도 역시 전셋값 수준인 9138만원(감정가 1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이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는 7000만~8000만원 수준으로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무리한 고가 낙찰 주의해야 실패 없어=요즘처럼 매매시장이 급변할수록 경매시장에선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무엇보다 무리한 입찰을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지난 19일 서울동부지법 경매법정에선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83㎡형이 5억8720만원(감정가 7억34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를 시작해 6억6279만원에 낙찰됐다. 주목할 점은 해당지역 중개업소엔 이 아파트가 이미 6억4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7일 낙찰된 금천구 독산동 금천현대 85㎡형(감정가 3억원)도 마찬가지. 2억6750만원에 낙찰됐는데, 해당지역 인근 중개업소엔 이미 2억7000만~2억8000만원에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싸게 주택을 구하기 위해 경매시장을 두드렸지만 매매시장의 급매물 수준이거나 그보다 오히려 더 높게 입찰해 손해를 본 셈이다.

이영진 이웰에셋 부사장은 “주택시장 침체로 매매시장에 급매물이 빠르게 증가하는 와중에 시세 판단을 잘못하면 경매시장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매시장이 급변하는 요즘은 경매 물건의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입찰가를 쓸 때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21일 경매가 진행된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한양 102㎡형은 감정가(2억8800만원)가 높게 책정된 사례다. 해당지역 중개업소엔 2억4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경매 결과 감정가의 82.6%인 2억2780만원에 낙찰됐다. 평소 낙찰가율 80% 초반 수준에 낙찰받으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아파트는 애초에 감정가가 높아 결과적으로 무리한 입찰이 된 셈이다.

박미옥 법무법인 메리트 본부장은 “지금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주로 올 2~3월께 감정한 것으로, 그 사이 시세가 떨어졌다면 감정가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입찰 시 감정가와 비교하지 말고 시중 급매물과 비교해 얼마나 싸게 낙찰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경매 물건은 꾸준히 나올 전망이어서 절대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요즘은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이 많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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