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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라고!, 20억원 줘도 전세 아파트를 못구한다고?”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ㆍ강대한 인턴기자]“전세를 찾는 사람이 20여명이나 돼요. 상반기 14억~15억원하던 전세 물건인데 19억~20억원 주더라도 계약하겠다며 무조건 연락 달라는 대기 수요자가 줄을 섰습니다.”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포레’ 단지내 상가에 위치한 갤러리아포레공인 최재훈 실장은 “전세 물건이 아예 없기 때문에 매물이 한번 나오면 너도나도 달라붙어 전세가격이 수억원씩 오른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15억원 전후에 시세가 형성됐던 갤러리아포레 300㎡형(이하 공급면적) 전세는 현재 최고 23억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 6월 14억~15억원이면 구할 수 있었던 이 아파트 268㎡형 전세는 최고 20억원까지 뛰었다.

전셋값 폭등이 서민들에만 해당되는 고통이 아닌 것 같다. 서울의 10억원 이상 최고급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부유층도 매매보다는 전세를 찾다보니 초고가 전세물량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으며, 전셋값도 몇 달새 수억원씩 뛰는 곳도 많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78㎡형 전세는 올 초 10억~11억원이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14억원을 호가한다. 올 초 12억~13억원하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73㎡형 전세도 요즘은 최소한 14억원은 줘야한다.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333㎡형 전세는 현재 22억원 수준으로 20억원 전후로 거래되던 올 상반기보다 2억원 가량 상승했다.

도곡동 타팰공인 관계자는 “월세는 조금씩 나오는 데 전세는 물건이 없어 대기해야 한다”며 “계약이 될 때마다 1억~2억원씩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준공 된지 5년이 안된 새 아파트일수록 뚜렷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에서 3.3㎡당 전셋값이 가장 비싼 아파트 상위 5개단지 가운데 4곳이 모두 2009년 이후 준공된 곳이다. 2004년 준공된 삼성동 ‘아이파크(2479만원)’를 제외하고,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2009년 준공, 2326만원), 반포리체(2010년 준공, 2304만원), 청담동 청담자이(2011년 준공, 2225만원),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2011년, 2215만원)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중 반포동 ‘반포리체’의 전셋값 오름 폭이 가장 크다. 2011년 1970만원에서, 2012년 2110만원, 올해 8월 기준 2303만원까지 뛰어 단기간에 3.3㎡당 전셋값이 전국에서 3번째 비싼 아파트로 기록됐다.

고가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는 이유는 고가 전세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변 등을 중심으로 각종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정체되면서 새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중단,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고가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도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많아 전세 물건 공급이 줄어든 것도 전셋값이 뛰는 또 다른 이유다.

김성일 대치동 행운공인 대표는 “고가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주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중소기업 사장이 많다”며 “이들도 고가 주택의 매매 가격이 한동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전세 거주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동 퍼스티지공인 관계자도 “반포래미안퍼스티지나, 반포힐스테이트 등 고가 전세가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요즘 집주인이 매월 안정적인 월세를 원한다”며 “전세가 줄고 반전세나 월세 물건만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고가 주택 수요자들이 집값이 상승한다는 보장이 없을 경우 세부담이 큰 고급 주택을 매입하기 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동안 고가 주택도 전세 시세가 올라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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