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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 실효성 논란, 무의미한 이유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실효성 없습니다. 내놓기만 하면 바로 나가는 게 요즘 전세인데 집주인이 바보인가요?”(서울 송파구 잠실동 J공인 관계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전세 물건이 귀한 상황에서 집주인 유인책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은 한마디로 전세금을 추가로 대출받기 어려운 세입자가 집주인의 신용으로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세입자가 이 방식으로 대출을 하려면 반드시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전세계약을 할 때 ‘특약’을 통해 집주인이 동의해야 하죠. 따라서 이 제도의 성공여부는 집주인이 자신의 신용을 내줄 만큼 유인책이 있는지 여부일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따져도 유인책이 없거나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달 말 은행들이 출시할 ‘임차(전세) 보증금 반환권 양도방식’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은 집주인 인센티브가 아예 없습니다. 집주인이 직접 담보대출에 나서지 않는 형식이어서 그나마 현실성은 있지만 유인책도 전혀 없어 집주인들이 흔쾌히 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네요. 임차인과 계약하는데 굳이 은행권을 중간에 끼고 싶어 하지 않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입니다. 

세금인하 등 인센티브가 있는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 상품은 9월에나 나올 예정인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어떤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자신의 신용을 내걸고 돈을 빌리겠느냐는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하우스푸어 대책’과 ‘주택공급 축소 방안’ 등이 모두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하거나 의도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지난 4월 정부가 하우스푸어 구제책으로 발표한 ‘희망 임대주택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 설립 방안만 해도 그렇습니다. 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임대를 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대상 가구가 500가구에 불과합니다. 국내 하우스푸어 가구가 아무리 적게 추산해도 7만여 가구인데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시장에 전혀 영향을 미칠 만한 규모가 아닌 생색내기용 이라는 비판이 일만합니다.

‘주택공급 축소 방안’도 과잉공급 우려가 큰 주택시장에 중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당장은 전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마다 실효성 논란이 생기는 건 시장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침체된 주택시장과 전세난의 원인은 국내외 경기 여건 변화,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 상황, 1~2인 가구 증가 등 달라진 인구구조에 따른 주택 수요 변화, 주택보급률 100% 돌파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나타난 겁니다.

당장 ‘렌트푸어’ 문제만 해도 전셋값이 이상급등한 데 따른 현상이지만, 주택경기가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고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모두 전세에 머물면서 생겼습니다. 이 문제는 매매시장이 활성화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지금 우리 주택시장은 정부가 정책 한 두 가지로 좌우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경기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가계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겁니다. 실효성 논란은 늘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전체로 최악의 상황을 면하도록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해 놓는다거나, 중장기적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대비해서 조금씩 제도를 바꿔나가는 등의 대비책이 필요하겠죠. 그렇게 보면 지금 당장 제기되는‘실효성’ 논란은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실효성이라는 게 당장 나타날 수 있지만, 1년이나 3년후, 혹은 5년, 10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진짜 필요한 정책은 중장기를 내다보는 정책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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