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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덕준의 메이저리그 관람석> 류뚱, 다저스 사랑 이끈 일등공신
어제 저녁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과 LA코리아타운의 단골 호프집에서 ‘치맥’을 나누며 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경기가 중계되는 TV모니터를 흘끔거렸습니다. 6회초가 끝날 때까지 메츠가 4-0으로 앞서더군요. 우리의 류현진이 맛깔스럽게 12승째를 챙긴 그 마운드를 이어받은 다저스의 선발투수 크리스 카푸아노는10안타를 얻어맞고 5이닝만에 물러났지요. 뭐, 요즘 너무 잘 나가니 져도 괜찮고, 질 때도 됐다 여기면서 일찌감치 자리를 떴습니다. 게임 결과에 별 미련없었고, 영패는 면했을까 궁금해 잠자리에서 눈을 떠 태블릿으로 다저스구단 홈페이지를 열었지요. 이게 또 무슨 일입니까. 5-4로 다저스가 연장전에서 뒤집어 버렸네요. 부랴부랴 상보를 들춰볼 수 밖에요. 허벅지 근육통으로 선발라인업에서 빠져 있던 간판 외야수 안드레 이디어가 9회말 대타로 나가 동점 투런홈런, 연장 12회말 야시엘 푸이그의 발로 만든 2루타에 이어 애드리언 곤잘레스의 끝내기 2루타…! 허허, 웃음 밖에 안나오더군요. 졌다고 여긴 게임을 이겨놓아 선잠 깬 사람에게 찬물 맞은 기분 들게 만드는 게 벌써 몇번째인 지 모릅니다. 개그콘서트의 코너에서 튀어나온 유행어를 빌자면 요즘 다저스 너,정말 낯설다~! 라고 말하면 딱 입니다.

두어달 전인 지난 6월 21일(이하 현지시간) 다저스는 30승 42패로 5할 승률에서 12게임이나 모자랐습니다. 당시 서부지구 1위이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승차는 9.5게임이었지요. 15일 현재 다저스는 70승 50패, 5할 승률에서 무려 20게임이나 더해져 있습니다. 애리조나를 2위로 밀어내고 승차를 7.5게임이나 벌려놓고 있네요. 고작 8주 사이에 19게임을 만회해 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중입니다. 8월들어서만 13승 1패, 올스타 휴식기(7월 15~18일) 이후에만 23승 3패, 최근 8연승…. 메이저리그 기록을 뭐 잡듯이 샅샅이 뒤져 얘깃거리를 만들게 하는 엘리아스 스포츠라는 데이타회사는 특정 시즌을 48게임 단위로 쪼갰을 때 다저스가 최근 40승 8패라며, 이것이 194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승세 이후 71년만에 처음 보는 ‘승승장구’ 무드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LA의 주민들은 이제 완연하게 다저스와 사랑에 빠져들었습니다. 도시의 레스토랑과 술집마다 다저스 경기가 백남준씨의 비디오아트처럼 깔려 있습니다. 햄버거 가게의 점심 테이블에선 다저스 선수들의 이름이 자주 들립니다. 물론 “류(Ryu)”라는 발음도 드물지 않지요. 다른 도시의 야구팬들도 놀라움과 부러움, 시샘이 뒤섞인 채 다저스가 자기네 홈팀과 경기하러 방문하면 열 일 제쳐두고 야구장으로 달려가는 모양입니다. 홈과 방문 경기에서 다저스가 두루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관중을 끌어들이고 있는 걸 보면 짐작되는 일이지요. 다저스는 게임당 평균관중에서 4만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홈게임만 따지면 4만5천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런 페이스라면 올해 370만명 이상의 홈관중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요. 하지만 최근 승부를 워낙 짜릿하게 연출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로 가면 지난 2007년의 386만명 기록을 넘어 다저스 사상 최초로 한시즌 4백만 관중을 기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저스타디움이 현재 메이저리그 팀의 구장 가운데서 가장 많은 수용능력(5만4천여명)을 갖고 있어 게임당 평균관중수를 4만9천명대까지 늘리면 그게 가능하다는 계산이지요. 토론토 블루제이스(1991~93년)와 콜로라도 로키스(1993년), 뉴욕 양키스(2005~2008년), 뉴욕 메츠(2008년)에 이어 4백만 관중을 기록하는 5번째 구단이 되는 지 여부도 적지 않게 관심을 끕니다. 물론 1988년 이후 25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도 있다는 부푼 기대감이 요즘 엔젤리노들의 최대 관심사이지요. 그 한복판에 우리들의 류뚱, 류현진이 우뚝 서 있어 보는 재미와 자랑스러움이 한껏 더합니다.

미주헤럴드경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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