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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시장‘ 4중苦’
불확실한 정책…전세수요 급증…입주물량 급감…경기침체 장기화
서울 평균 전세가율 첫 60% 돌파
매매거래 실종…최악 전세난 우려


지난 6월 서울 성북구 종암동 삼성래미안 76㎡형(이하 공급면적) 전세는 2억2000만원이면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달 말 2억3000만원에 거래되더니 이달 들어선 2억4000만원을 호가한다. 그마저도 물건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이 아파트 급매물은 현재 2억6000만원에도 나와 있다.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2000만원밖에 나지 않는 것. 수도권 외곽지역이 아닌 서울에서 전세가율(매매 가격에서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90%를 넘은 사례는 처음이다.

주택시장에 급매물은 늘어나는 데 전세 물건 수요만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셋값과 비슷한 수준까지 매매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주택 수요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대신 집주인의 융자가 적은 전세 물건은 수요자가 몰려 부르는 게 값이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2~9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올라 전주(0.10%) 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이 시기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0.04% 내려 전주(0.04%)와 같은 수준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전세가율 사상 첫 60% 돌파=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지난달 60.2%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60%를 넘은 건 공인시세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6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달 수도권과 전국 기준 전세가율도 61.9%, 67%를 각각 기록해 모두 60%를 넘었다.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전세가율이 치솟고 있지만 매매 수요로는 전환되지 않고 있다. 과거 전세가율 60% 이상이면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주택수요자가 늘어나면서 집값도 오른 사례가 있었지만 지금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이영진 이웰에셋 부사장은 “지금은 집값 상승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대출을 더 받아 내집마련을 하기보다 전세에 거주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반기엔 특히 ‘취득세 영구감면 추진 등 불확실한 정책’, ‘이주 철거로 인한 전세수요 증가’, ‘최악의 입주물량’,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 상황’ 등 4대 악재가 하반기 전세 수급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에서도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를 넘어서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전셋값 상승폭이 큰 성북구 종암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전경.

▶4대 악재로 전세난 더욱 심화될 듯=정부는 지난달 22일 취득세율 영구 인하 방침을 굳혔지만 아직 인하 폭, 소급 적용 여부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이달 말 세부 방안을 정해 9월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지자체의 반발 등 걸림돌이 많다.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회에서 통과 여부도 불확실하다. 여당 일각에서는 뒤늦게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합쳐 ‘종합재산세’를 신설해 지방세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취득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매 수요자가 미리 움직일 리 없다”며 “주택수요자가 전세 시장만 기웃거리면서 올 가을 전세난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하반기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예정된 곳이 많아 전세난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서울 재건축 개개발 단지 중 관리처분 인가가 떨어진 사업장은 49곳, 3만여가구로, 이주를 앞두고 있다. 사업 막바지 단계다. 이주, 철거, 착공 등 사업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서초 우성3차는 올 연말 이주를 계획하고 있고, 서초 우성2차와 개포주공1·2·3·4단지 등 개포지구 1만3000여가구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이주할 계획이다. 재건축 이주수요가 늘어나면 학군 등의 문제로 주변 전세를 알아보는 이주수요로 인해 전셋값은 급등한다.

올 하반기엔 입주 예정 물량이 10만가구에 불과한 점도 전세부족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새 아파트 입주는 가장 큰 전세 공급원 중 하나지만 올 하반기는 예년의 60% 수준에 머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 물량은 18만5000여가구며, 하반기엔 10만여가구가 입주한다. 올해 입주량은 2008년(32만가구)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하반기 경기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점도 주택 매수세를 위축시키고 전세 수요를 증가시킬 원인으로 꼽힌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올 하반기부터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때문에 집주인이 전셋값 올리기가 더 쉬워졌다”며 “매매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전세난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일한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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