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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독립과 원칙 필요
4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 들어 지금까지(7월 28일 현재) 156차례에 걸쳐 이사 및 감사 선임건에 반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게 123건인데 벌써 이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최근 5년간 100건을 넘은 적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그 행보가 얼마나 빨라진 것인지 짐작이 간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책임조차 방기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단순 투자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영향력 있는 주주로서 필요한 경우 기업경영에도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일부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화한다는 명목이다. 실제 그만한 힘은 있다. 국민연금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7.1% 정도로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보다 두 배가량 많다. 더욱이 2/4분기 기준으로 9% 이상 지분을 확보한 기업은 48개사로 제일모직, 삼성SDS, LG전자 등 대기업 계열사 다수가 속해 있다. 또 국민연금은 주요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이거나 2대 주주다. 재계와 금융계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 권리를 본격 행사하겠다는 것은 그 방향이 맞다. 자본주의는 ‘1주 1표’가 기본이다.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주창하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실제 일부 대기업은 오너가 가진 지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달라진 행보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거래 내역을 공시해야 하는 이른바 ‘10% 룰’이 올해부터 완화됨에 따라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철저한 원칙에 입각해 의결권과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는 게 그 핵심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성과와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그것이 국민 노후를 위해 연금의 수익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민연금의 행보가 박근혜정부의 ‘코드 맞추기’란 일각의 지적을 결코 가벼이 흘려선 안 된다. 정부가 자산운용 규모가 큰 연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연금 사회주의’는 각별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주주권 행사 기준과 절차를 정치하게 다듬는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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