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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박원순 시장의 '서울 역세권화' 프로젝트…"반응이 약하네, 왜 그럴까?"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시가 깜짝 놀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4일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내놓으면서 ‘서울 어디서나 걸어서 10분 내에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향후 10년간 서울 신림동, 상계동, 중계동, 신내동, 신월동, 우이동, 방학동, 마천동 등 도시철도가 부족한 지역에 9개 노선에 걸쳐 총 연장 85.41㎞의 경전철을 단계적으로 건설하면 이런 계획이 실현될 수 있답니다.

말하자면 서울 전 지역의 ‘역세권화’ 계획인데요. 이건 과거 이명박 시장 때의 ‘뉴타운’사업이나, 오세훈 시장때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버금가는 ’야심찬‘ 계획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용어사전에 따르면 역세권은 ‘역(기차, 지하철 등)을 중심으로 업무, 주거 등의 활동이 이뤄지는 반경 500m 이내 지역’을 뜻합니다. 걸어서 10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딱 이 정도입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을 짤 때도 역세권을 500m로 한정해 상업지 비율, 용적률 기준 등을 정합니다.

역세권은 부동산 가치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대중교통 수단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니 사람들이 모이고 상업, 업무, 숙박, 주거시설이 발전합니다.

벌써 새로 역세권에 편입하는 지역과 수혜 아파트를 예상하는 기사와 정보가 하나둘 선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정보업체는 해당 지역의 분양 예정 단지를 소개하는 발빠른 마케팅 대응력을 보여주기도 하네요. 그런데 사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좋았을 때와 비교하면 이번엔 시장 반응이 굉장이 미지근한 편입니다.

새로 추가되는 ‘신림선’(여의도∼서울대 앞)이나 ‘동북선’(왕십리역∼상계역) 주변 중개업자들의 이야길 들어보니 한마디로 ‘별거 없다’는 겁니다. 신림선 수혜 단지로 꼽히는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 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자는 “‘신림선’ 개발 계획 발표로 특별히 문의가 늘거나 집주인이 호가를 높인 사례는 없다”고 하더군요.

과거 뉴타운 개발 예상지역 리스트에만 올라도 당장 해당지역 아파트값이 몇억원씩 뛰던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셈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시장 환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투자수요를 찾기 힘듭니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그 중 대부분이 주택담보 대출이라고 하죠.

2006~2008년 주택시장이 활기를 띨 때 집을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듯 한 분위기가 형성 됐습니다. 그때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구입했던 사람이 많았고, 그 결과가 산더미 같은 가계부채로 돌아온 겁니다. 이젠 더 이상 대부분의 가계가 빚을 내 ‘희미한’ 중장기 계획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서울시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사실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닙니다. 이번 발표 내용은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용역을 받아 내놓은 ‘타당성 검토 결과’에 불과합니다.

이 검토 결과는 향후 국토부는 물론 해당지역 구청 등과 협의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나 확정할 계획입니다.

과거 우면산터널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못했던 사례 등을 들어 서울연구원의 타당성 분석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나오는 상황이어서 계획 변경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계획이 확정된다고 해도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란 점도 불안한 요소입니다. 그 사이에 계획은 얼마든지 변경되거나 축소될 수 있겠죠.

서울시 담당자는 “최종 계획은 달라질 수 있고, 민자로 추진하기 때문에 투자자금 조달 상황에 따라 추진일정도 예정된 10년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개발 계획 발표가 이제 더이상 신뢰할 만한 호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인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좋았을 때는 개발호재로 집값이 세 번 오른다고 했습니다. ‘발표’, ‘착공’, ‘준공’ 시점에 각각 주변 시장이 들썩들썩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개발 계획 발표만으론 웬만해서 시장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거창한 개발 계획이 무산된 사례가 수시로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착공도 그다지 시장을 크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중간에 사업이 멈춰서 무작정 준공이 지연되다가 계획이 대거 축소된 사례가 부지기수여서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은 개발 호재가 준공시점에만 잠깐 영향을 미친다"며 “그것도 준공시점의 주변 시장 상황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므로 더이상 개발 호재를 믿고 투자하는 시대는 지난 것같다"고 하더군요.

서울 전역을 역세권화한다는 계획 자체가 그다지 신뢰할만한 계획이 아니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역세권이 아닌 곳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결과적으로 역세권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여러모로 서울시 전역을 역세권화하기 위한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은 의도는 좋으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엄청난 ‘메가톤급’ 호재임에도 부동산 시장이 시큰둥한 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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