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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골프 선구자' 구옥희 별세에 日 언론도 애도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대모’이자 ‘선구자’였던 구옥희가 일본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구옥희는 지난 10일 일본 시즈오카현의 한 골프장에서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가 11일 발표했다. 향년 57세. 구옥희는 지난 4월 일본으로 건너가 거의 매일 라운드를 했지만, 숨진 당일은 몸이 좋지 않아 라운드를 하지 않고 홀로 숙소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옥희는 남자들도 골프하는 게 어려웠던 1970년대 여자프로골프 시대를 연 1세대 선구자였다. 한국 낭자들이 주름잡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의 코리안 첫 승도 구옥희에서 시작됐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오빠들과 생활한 그는 1975년 경기 고양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사실상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그는 197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여자 골프 활성화를 위해 실시한 프로테스트에 참가해 한명현, 강춘자, 안종현씨와 함께 합격, ‘한국여자프로골퍼 1호’로 등록됐다.

그 해 9월 처음 열린 여자프로골프대회인 KLPGA 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1979년 쾌남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1980년 5개 대회를 모두 우승했고 1981년에도 4승을 거두는 등 국내투어에서 독보적인 1인자로 군림했다.

구옥희 골프 인생의 전환점은 일본 진출이었다. 1983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입성한 구옥희는 2005년까지 일본 무대에서 23승을 거두는 맹위를 떨쳤다. 1988년에는 LPGA 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서 한국 선수 첫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당시 국내는 서울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웠던 터여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한국여자골프에서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KLPGA 투어 명예의 전당 1호로 입회한 구옥희는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정규대회에 출전, 후배들과 실력을 겨뤘다. 2011년부터 2012년 3월까지는 KLPGA 제11대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골프와 결혼했다”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왔다.

일본 언론도 구옥희의 사망 소식을 일제히 골프 섹션 톱기사로 올리며 비중있게 다뤘다.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스포츠 등은 “일본에서 23승을 거두고 미국 LPGA에서도 1승을 올린 한국 여자골프 1세대 구옥희 씨가 시즈오카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며 애도했다.

닛칸스포츠는 구옥희의 일본 프로투어에서의 활약상을 상세히 전하며 “현재는 일본 투어를 떠나 있지만 후배들 지도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갑자기 사망했다. 구옥희 씨는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선구자적인 존재다”고 전했다.

골프팬들도 SNS를 통해 “구옥희가 있었기에 박세리, 신지애, 박인비가 나올 수 있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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