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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 토크> “코치라니 얼떨떨…나도 함께 배워야죠”
은퇴 1년만에 다시 코트로…여자농구선수 출신 첫 국가대표 코치 정선민
9번 우승·7번 MVP WKBL 전설
끝없는 도전…中프로리그도 정상

“이번 亞선수권은 정신력 싸움
중국 아닌 일본·대만이 1차목표
어수선한 대표팀 다시 세워야죠”



“선배 지도자들에게 수업받으러 가는 느낌이에요. 뭔가를 가르친다기 보다는 같이 배우려고 합니다.”

그의 농구인생은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한국 여자농구 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신인드래프트에 지명돼 빅리그에서 뛰기도 했고, 은퇴를 선언한 뒤엔 돌연 중국프로리그로 건너가 올 초 소속팀을 정상에 올려놓기도 했다. 여기에 또 하나 의미있는 발걸음을 뗐다. 여자농구 선수 출신으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코치에 발탁된 것이다.

‘바스켓 퀸’ 정선민(39·사진)이 지도자로 ‘제2의 농구인생’을 활짝 연다. 정선민은 지난달 20일 대표팀 코치로 선임돼 위성우 감독, 정상일 코치와 함께 오는 10월27일 태국 방콕에서 개막되는 2013 아시아선수권에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다. 이 대회서 상위 3위에 오르면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 한국은 지난 대회서 중국에 이어 준우승했다.


정선민은 “처음에 코치직 제의를 받고 얼떨떨했다. 막연하게 지도자 생각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며 “내가 선수에게 뭘 가르친다기 보다는 위성우 감독님, 정상일 코치님께 지도자 수업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정선민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빛나는 선수시절을 보냈다. 프로리그에서 총 9차례의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정규리그 7차례 MVP, 7차례 득점왕에 올랐다. 15년 간 대표팀 간판 센터로 활약하면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2011-2012 시즌을 마치고 미련없이 은퇴를 선언, 팬들의 아쉬움을 산 정선민은 중국리그로 진출해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소속팀 산시에 우승컵을 안기고 돌아왔다. 세계 최강 미국과 아시아 최강 중국리그를 두루 경험한 국제경험도 위성우 감독이 정선민을 코치로 발탁한 주된 배경이다. 신한은행에서 5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위 감독은 정선민에게 중국 선수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주문할 예정이다.

한국 여자농구는 지금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졸전을 펼치며 1996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이어졌던 연속 진출 기록이 멈췄다. 특히 최종예선 패자부활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에 51-79, 28점차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팬들의 충격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당시 TV중계 해설을 하며 안타까움과 속상함에 말을 잇지 못했던 정선민이 이젠 지도자로 대표팀을 다시 세우는 중책을 맡았다.

“개인기에선 우리 선수들이 절대로 뒤지지 않아요. 하지만 당시엔 대표팀 차출문제 등으로 어수선하게 시작하면서 충분한 체력훈련이 되지 않았죠. 서서히 이뤄져야 할 세대교체도 갑작스럽게 단행되면서 국제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이 적응을 못한 이유도 있었고요. 일단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해요. 중국을 깨겠다는 목표보다는 일본 대만 등을 1차 목표로 삼고 즐거운 마음으로 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같아요.”

정선민의 오랜 꿈은 지도자였다. 하지만 대표팀이나 프로팀 코치처럼 거창한 게 아닌, 초중고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지난달 강원도 속초에서 4박5일간 WKBL 유소녀 캠프에서 중학교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막연한 소망은 더욱 구체적이고 강한 의지로 바뀌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눈을 반짝이는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이렇게만 잘 자라면 훗날 여자농구를 이끌 좋은 선수로 자라겠다 싶으니까 가슴도 설레고요. 죽을 때까지 아이들을,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러니까 굳이 눈높이를 높이고 서두를 필요는 없겠죠? ‘정선민 선생님에게 배우니 농구가 참 쉽고 즐겁더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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