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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월드컵대표팀, 이젠 하나될 때
축구 대표팀의 예선전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국민들은 너나없이 격정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축구와 거리를 뒀던 팬들까지 가세해 갑론을박에 참여할 정도였다. 그만큼 대표팀에 거는 기대가 컸다. 물샐틈없는 압박축구의 상실과 견고한 허리역할을 담당할 미드필더진의 부재, 그리고 해결사로 나설 게임메이커의 실종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본선진출에 대해 추후의 의심이 없던 기정사실도, 시간이 지나면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변해갔다.

고비는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였다. 경기직전에 누구도 바라지 않던 얄궂은 보슬비가 조용히 성기게 내리기 시작했다. 잔디에 머문 빗방울이 어느 팀에 유리할지 향방을 가늠할 수 없었다. 선수들의 긴장감은 부푼 풍선처럼 팽창돼 있었고 관중들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괘념치 않았다. 오직 그 자리에서 승리만을 기원했다.

태극전사의 염원이 전달된 것인가. 드디어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자책골이 터진 것이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일순간 자리를 박차 오르며 어깨와 손을 맞잡고 춤을 추듯이 감동에 겨워했다. 그간 숨죽이고 경기를 주시하느라 관중들은 그 흔한 파도타기의 추임새도 시도할 경황이 없었던 터였다. 이어 후반전에 투입된 이동국은 모든 선수의 심중을 대변했다. 그 절절함 말이다. 이제 마지막 홈경기에 비기기만해도 조 1위로 월드컵의 8연속 진출의 행진을 이어갈 수 있게 됐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것인가. 생각지도 못하게 이란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안도의 한숨은 어느덧 걱정으로 돌변했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최강희감독의 눈빛은 내내 어둡고 우울해했다. 허나 분명한 사실마저 부정하지 말자. 어려운 시기에 독배를 들고 자신의 임무를 완성한 감독임에 틀림없다. 단지 숙제를 남겨준 거다. 조직적이고 세밀한 경기력 향상에 대한 탐구를.

세상 사는 맛은 말이다, 누군가 내 대신 나의 허물을 덮어주려는 마음이 있을 때 다시 살고 싶은 희망을 갖게 된다. 살면서 의견충돌과 격한 감정이 올 수 있다. 하지만 개인과 공인의 자세는 엄연히 달라야 한다. 자신의 사고를 개진함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했다. ‘내 탓입니다, 내가 창조적인 플레이를 못해서 우리 팀이 이렇게 됐습니다.’라고 먼저 회한을 말하는 선수가 있었으면 하는 진한 미련이 남는다. 예선전에서 팬들은 줄기차게 박지성의 복귀를 희망했다. 거부하는 그의 입장을 존중한다. 다만 후배들이 차후에라도 대표 팀의 조기은퇴가 최선인양 딜레마에 빠지는 우를 범할까 그것이 염려될 뿐이다.

내 땅이 아닌 런던에서 명실상부하게 동메달을 획득한 홍명보감독이, 이제 새롭게 월드컵을 향한 진군나팔을 불게 되었다. 지난한 문제에 대한 복기는 이미 끝났을 것이고 숙제를 풀기위한 실천만 남겨 놓았을 거다.

그의 취임 일성인 “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 의미 있는 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처럼 되기를 기대하면서 힘을 보태주자.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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