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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9센트 대 300억 달러
브라질이 지난 1일(한국시간) 오전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세계 랭킹 1위 스페인을 3-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월드컵 때마다 영원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은 월등한 전력을 과시하며 스페인을 일축, 대회 3연패를 차지했다. 내년 브라질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열린 이번 컨페드컵은 월드컵 우승 판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점검해 볼 수 있는 대회였다.

브라질은 정작 우승을 차지하고서도 썩 유쾌하지 않은 모양새다. 대회기간 중 브라질 정치상황이 매우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성난 수백만명의 브라질인들은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등 주요 도시의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차량들을 불태우며 거리 상점에서 약탈행위를 하는 등 연일 소요사태가 이어졌다.

이번 소요사태는 브라질 최대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9센트 버스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로 시작됐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불편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컨페더레이션스컵,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위해 300억달러라는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는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던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신흥경제국으로 부상한 브라질은 민주정부의 출범과 국가적인 자부심을 과시하기 위해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를 유치했다. 하지만 브라질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열악한 공공 서비스와 관리들의 부패가 고질적인 국가적 문제로 자리 잡았고 이에 대한 문제 해결로 골머리를 썩혔다. 잠재해 있던 사회적 악들이 월드컵 등 메가급 세계대회를 유치하면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9센트 대 300억달러’로 압축되는 돈의 문제인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스포츠 이벤트를 국가통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오랜 정부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정면으로 맞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풍부한 인구와 천연자원을 보유한 브라질은 과거 군부독재, 관리들의 부정부패 등으로 국가적인 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못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체제를 면치 못했다.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브라질 정부가 꺼낸 카드는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장려정책이었다. 1950년대부터 브라질은 축구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전력을 과시하며 펠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배출해 월드컵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근의 브라질 사태를 보면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간의 경기침체 속에서 동계올림픽 준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서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국가자본을 투입하는 현명한 선택과 정책을 펼쳐야한다. ‘스포츠 우민화’라는 질타를 받았던 1980년대 전두환 정권처럼 스포츠만을 위한 정책을 고집하며 무리하게 돈을 쓸 경우 국민들의 냉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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