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인비 우승샷의 비밀
박인비(25·KB금융)가 1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메이저대회 3연승의 대업을 일군 첫걸음은 ‘스윙 교정’이었다.

퍼팅이야 ‘컴퓨터’ 소리를 들을 만큼 워낙 뛰어났지만 샷이 늘 2%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약혼자 남기협(32) 코치와 만든 지금의 독특한 스윙으로 비거리와 정확도를 높였다.

우선 스윙교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티샷 때 푸시가 자꾸 나기 때문이었다. 박인비는 2001년부터 7년 간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타이거 우즈의 전 스윙코치인 부치 하먼 아카데미에서 잇따라 스윙을 배웠지만, 천편일률적인 기계적인 스윙메커니즘이 박인비에게는 맞지 않았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엔 스윙 시 생각이 더 많아지면서 티박스에 설 때마다 두려움이 앞섰다. 지난해 초 세웠던 시즌 목표가 “스윙만 편하게 할 수 있다면…”이었을 만큼 스윙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프로출신인 남기협 코치가 자신이 3년간 입스로 고생하다 탈출한 방법을 알려줬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박인비 만의 독특한 스윙은 곧 위력적인 무기가 됐다.

우선 박인비의 스윙은 백스윙 속도가 느리고 손목 코킹을 하지 않는다. 이때문에 스윙을 하다만 듯 클럽을 치켜든 것처럼 보인다. 임팩트 때는 이미 머리가 타깃을 향한다. 교과서 스윙은 아니다. 하지만 박인비에겐 맞춤옷처럼 꼭 맞는다. 힘들이지 않고 툭툭 치는데도 멀리, 정확하게 날아간다. 코킹을 하지 않음으로써 손목을 덜 쓰게 돼 샷의 방향성이 일정해지고, 머리가 일찍 타깃을 향하면서 체중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박인비는 “내가 하기 가장 편안한 스윙이다”며 “임팩트 후 팔로스루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썼다. 이전에는 릴리스할 때 오른손이 일찍 왼손 위를 덮으려고 해서 미리 릴리스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왼손이 끝까지 리드하면서 릴리스가 좀더 늦게되는 느낌이다. 나만의 팔로스루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오차범위가 그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만족해 했다.

남기협 코치는 “스윙을 크게 고친 건 없다. 팔을 지나치게 많이 써서 몸과 팔의 밸런스가 안맞았던 걸 바로잡고 궤도만 조금 수정했다. 박인비는 워낙 잘 타고난 선수다. 리듬감도 좋고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덕분에 박인비는 LPGA 투어에서 정교한 아이언샷을 바탕으로 높은 그린 적중률(72%·17위)을 보이며 버디 찬스를 늘리고 있다.

평균타수 1위(69.64), 평균 퍼트 2위(28.43),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수 1위(1.702) 등 박인비의 자랑인 퍼트는 여전한 강점이다.

박인비는 “퍼트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 우승하는 모습만 방송돼서 항상 잘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주 그런 건 아니다“고 웃었다. 박인비는 “개인적으로는 미야자토 아이(일본)의 퍼팅 스트로크를 좋아한다. 퍼트가 잘 안될 때는 미야자토의 리듬을 눈여겨보며 다시 내 스트로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수지 웨일리 PGA 티칭프로인 수지 웨일리(미국)는 PGA닷컴의 ‘박인비 우승의 키(key)는 릴랙스된 리듬’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박인비 퍼트의 완벽함을 극찬했다. 웨일리는 “박인비는 팔과 어깨에서 긴장(tension)을 찾아볼 수 없다. 또 완벽하게 퍼팅 스피드를 제어하는 능력이 있다. 이로인해 홀에 넣지 못하더라도 기가막히게 탭 인(tap-in·가볍게 톡 쳐 넣는 것) 거리만을 남겨놓는다”고 평가했다.

안정을 찾은 스윙과 컴퓨터 퍼팅, 여기에 5년째 스포츠심리 전문가인 조수경 박사에게 받고 있는 멘탈 트레이닝은 박인비를 더욱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다. 대회 전 항상 조 박사와 전화통화를 하며 집중력은 높이고 스트레스는 줄이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는 좀더 여유롭게 평온한 마음으로 골프와 투어생활을 즐기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