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홍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 감독설이 나올 때마다 난색을 표했다. 장기적인 플랜 아래 선수들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게 그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땜질식으로 비상 처방만 하는 건 근본적 해결이 되지 못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월드컵까지 1년 남짓 남겨 둔 시점에서 대표팀 감독 수락은 홍명보 감독 스스로에게도 일종의 도전이다.
홍 감독으로선 무엇보다 흐트러진 조직력을 다잡는게 첫번째 과제다. 그는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를 가리지 않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쿠스부르크) 박주영 등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일군 ‘홍명보 키즈’가 A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최강희 전 감독이 넓혀 놓은 선수 풀(pool)을 빠른 시일 내에 최정예 멤버로 압축해 단단하고 유기적인 팀으로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월드컵 본선 마당은 다르다. 빤히 보이는 전술로는 망신만 당할 수 있다. 치밀한 전략과 전술, 다양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또 승부사적 기질과 팀웤은 경기를 치르는 가장 큰 동력이다. 홍 감독이 2009년 청소년 국가대표감독을 맡으면서 “나는 너희를 위해 죽겠다. 너희는 팀을 위해 죽어라”는 말은 그의 이후 감독으로서의 행보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고 선수를 우선으로 여기는 그의 섬김의 리더십, 형님 리더십은 이번 대표팀의 구심점으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에게 주어진 더 큰 과제는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다. 가슴 졸이며 보는 축구가 아닌 국민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축구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 홍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대한체육회의 다각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카운트는 시작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