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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즈는 왜 붉은셔츠를 즐겨 입을까?
믿자니 찜찜하고 안믿자니 불안하고…‘의상·음식·공번호’ 등 프로골퍼의 이색 징크스들
우즈, 4라운드 땐 빨간색 애착
우승 의지 담겨…굳어진 징크스

한국선수는 달걀·미역국 기피
공번호 1·3번 선호…2·4번 피해



지난 16일 제주 엘리시안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변현민(요진건설)은 전날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 신들린 아이언샷으로 2라운드 단독 선두에 올랐던 터라 좋은 기운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서다. 노란색 바지를 빨아 어머니와 헤어드라이어로 열심히 말렸다고 했다. 결과는 2년 만의 우승으로 이어졌다.

하루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 4라운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늘 그렇듯 마지막날 붉은색 셔츠를 입고 필드에 나타났다. 5년간 메이저 우승 가뭄에 시달렸던 우즈로서는 선두와 10타 차가 났지만 역전 우승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우즈는 4타를 더 잃으며 합계 13오버파 293타(공동 32위)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다. 생각 한 조각, 마음 한 자락에 샷이 흔들리고 스코어가 롤러코스터를 탄다. 생각지도 못한 사이 이런저런 징크스가 만들어지고 이 징크스에 도리없이 매여 사는 선수들이 많다.

전날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변현민이나 최종일 ‘승리의 붉은 셔츠’를 입고 나온 우즈 모두 징크스를 떨치기 어려웠다.

프로골퍼들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징크스는 숫자에 관련된 것이다. 특히 골프 공 번호와 관련된 징크스가 많다. 신지애(미래에셋), 김경태(신한금융) 등은 1과 3이 새겨진 공을 쓴다. 1은 ‘1등’, 3은 18홀 중 가장 많은 파4홀에서의 ‘버디’를 의미한다. 2와 4는 선호하지 않는다. 2는 ‘2퍼트’ 또는 준우승을 연상케 하고 4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꺼리는 숫자다. 박인비(KB금융)는 4번 볼은 경기에서 쓰지 않는다. 우승했을 때 우연히 볼을 봤는데 4번 볼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음식에 대한 징크스도 많다. 나상욱은 대회에 임박해서 한식을 고집하는 반면 최경주(SK텔레콤)는 경기 당일 아침엔 반드시 양식을 먹는다. ‘알까기’ ‘미끄러진다’는 편견 때문에 달걀이나 미역국을 안 먹는 선수들도 많다.

잭 존슨(미국)의 징크스는 반드시 아내가 만들어준 특별한 볼 마커를 사용하는 것이다. 볼 마커에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벤 크렌쇼(미국)는 낮은 숫자(1~4번)의 공을 사용한다. 하이넘버 볼을 쓰면 그만큼 타수를 잃을 것이라는 안 좋은 느낌 때문이다.

선수들은 왜 징크스를 만드는 걸까.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설명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 자신의 힘으로 컨트롤하기 힘든 환경에서 어떤 결과를 받았을 때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알고 싶어한다. 이때 징크스를 만들어 스스로 이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감하게 징크스를 깬 선수도 있다. 신지애는 물을 마시고 플레이한 홀에서 보기를 한 뒤 이것이 징크스가 돼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5시간 동안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18홀을 돌면서 샷을 할 때마다 물을 마셨다. 징크스를 깨기 위해서다. 보기도 했지만 파도 나오고 버디도 잡았다. 신지애는 “징크스를 만드는 것도 자기 자신이고 깨뜨릴 수 있는 것도 자기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레그 스타인버그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징크스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안한 선수들에게 때로는 마음의 평화를 안겨준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징크스나 미신을 만드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나는 라운딩하기 전 반드시 10분 동안 퍼팅연습을 해야 한다’는 징크스를 만들면 이 징크스가 더없이 좋은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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