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청약자 ‘실수요자 시장에서 청약제도 왜 필요한가’ 푸념 = 오늘의 ‘상품’은 GS건설이 아현4구역 재개발 시업지에서 도급 시공한 ‘GS공덕자이’ 1164가구 중 일반분양 212가구다. 전용면적 59㎡ 45가구, 84㎡ 59가구, 114㎡ 109가구, 3.3㎡당 평균분양가는 1700만∼1900만원 선이다.
오전 10시경 60대 후반의 김태호(가명)씨가 견본주택을 찾았다. 유형별로 전시된 모형주택(이하 유니트) 3개를 꼼꼼이 돌더니 “아들 부부가 결혼한지 3년 됐는데 1순위 분양이 가능하냐”고 물어왔다. 입지와 분양가는 이미 공부하고 온 듯 따로 묻지도 않는다. 기자는 자녀가 있고 청약통장 가입한 지 6개월 넘는 무주택 신혼부부는 특별공급이나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전용면적 59㎡짜리 소형 아파트를 찾았다. 하지만 인기 평형인 59㎡은 물량이 적어 조기마감된 상태다. 김 씨가 자리를 뜨자 기자를 지켜보던 분양상담사 박창진(가명)팀장은 “청약제도는 아예 없어져야 돼”라고 말했다. 요새 유니트 보는사람 10명 중 9명은 실수요자인데, 청약 가점제같은 제약조건을 완전히 풀어서 문을 넓혀야 한다는 게 박 팀장의 논리다. 공감이 갔다.
박팀장 말대로였다. 상담객 130팀 가운데 90%이상은 유니트를 본 뒤 상담창구에서 30분 이상 분양상담사에게 이것 저것 꼼꼼하게 묻고 자리를 떴다. 이날 분양상담사들은 1인당 16~20회 정도 예비청약자를 상대했다. 청약자격 여부를 먼저 묻는 손님들이 제일 많았다. 1순위 자격을 재확인 하려는 듯 다른 손님 상담 자리에 끼어들어 “나 1순위 맞죠?”라고 재차 다짐받는 40대 아주머니도 있었다.
▶실거주자일 수록 견본주택 내부 깐깐히 관찰해 =이날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은 500여명에 달했다. 오픈 첫날 치고는 ‘평작’이상의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중 상당수는 4.1 부동산 종합대책이후 주택 매입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선뜻 분양 받으려면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예비 청약자의 마음을 돌리기엔 아직 2% 부족하다는 게 분양상담을 맡은 직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또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청약자중 상당수는 중도금 대출이나 전기료 등 주로 돈과 직결된 경제적인 문제에 많은 궁금증을 내비쳤다. 경제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동료 분양상담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업주부 정미진(50대)씨는 “중도금 대출이 무이자인데 상환 도중에 은행을 바꾸면 어찌되냐”며 질문 공세를 펼쳤다. 그는 또 “층간소음 대비는 잘 되어 있고, 도시가스비는 많이 드는 거 아니냐”며 유니트 구조도 꼼꼼히 물었다. 정씨처럼 유니트 구조에 관심을 보이는 예비청약자는 많았다. 이를 지켜보던 박팀장은 “실거주자일수록 깐깐하다. 내가 들어가 살 집이니까”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견본주택이 문을 닫은 건 오후 7시, 퇴근 후 몰려든 방문객들 때문에 종료가 1시간 늦춰진 것이다. 업무를 마친 뒤 이정우(가명) 분양상담사는 “몸은 힘들어도 4.1대책 이후에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방문객도 늘어났고요. 직접 눈으로 목격했겠지만 4.1 대책이후 집 살 생각 있는 대기수요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주말인 내일부턴 더 많은 예비 청약자들이 몰려들 겁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종종 걸음으로 퇴근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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