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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덕준의 메이저리그 관람석> MLB 첫해 류현진, 박찬호와는 다른 여유가…
스포츠는 팍팍한 일상을 제법 말랑말랑하게 해줍니다. 응원하는 선수나 팀이 기대만큼 해주면 절로 웃음과 박수, 환호성이 터지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치지요. 나라가 망할 것같던 환란의 IMF시절 박찬호, 박세리가 그랬고, 2002년 월드컵이야 또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일일이 꼽는 게 새삼스러울 만큼 허다한 스포츠 스타가 대한민국 국민의 생활에 그나마 ‘행복’이라는 가치를 안겨주었고,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이제 그 짧지 않은 대열에 류현진이 합류했습니다.

어떠십니까. 류현진<사진>이 던지는 경기를 지켜보는 마음이나 기분 같은 것 말입니다. 뭔가 좀 편안하지 않습니까. 굳이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볼 때와는 사뭇 다르지요?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들께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경기를 구경하러 다저스다티움에 갔다오시더니 아주 즐거운 표정이더군요. “안타도 많이 맞고 이기지도 못했지만 끝내주게 재미 있었다”고 하며 뭐라고 덧붙였겠습니까. “박찬호 때와 너무 달라. 아휴~.그땐 어찌나 마음 졸이며 봤던지…”

그래요. 류현진의 경기는 승패와 무관하게 참 재미있고, 편안합니다. 한마디로 즐길 만합니다. 박찬호 시절엔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고 두 손을 깍지 낀 채 기도하는 심정으로 초조했다면 류현진을 볼 때는 등을 안락의자에 기대고 느긋해집니다. 여러분도 비슷하실 겁니다. 도대체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야구기자 20여년의 알량한 이력에서 빌린 제 주관으로 감히 말씀드리면 프로무대의 경험 유무일 것입니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에서 7년간 190경기에 등판해 98승이나 거둔 두툼한 경력으로 ‘최초의 프로출신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지요. 대학야구에서 곧장 미국 프로로 진출한 박찬호가 A부터 Z까지 일일이 배워가는 세월이었다면 류현진은 S정도까지는 이미 익힌 상태라고 말하면 될까요.

무엇보다 류현진에게서는 ‘맞는다고 다 안타냐?’라는 심리가 보입니다. ‘타자 방망이에 공이 맞기만 하면 안타나 홈런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으로 출발했던 박찬호와 가장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지요. 그같은 마인드세팅의 차이는 4구 허용수치에서 금세 드러납니다. 박찬호는 9이닝 평균 4.1개, 류현진은 2.6개입니다. 단지 제구력 문제라기 보다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봅니다. 일단 4구가 많지 않으니 류현진의 경기는 즐길 만합니다.

숫자놀이 한번 해볼까요. 다저스의 올시즌 홈경기 평균 관중수는 4만3,074명으로 관중석 점유율 76.9%입니다.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홈경기의 평균관중수는 이보다 3천여명이 많은 4만 6,118명으로 점유율은 82.4%입니다.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홈경기 평균관중이 4만4천308명(점유율 79.1%)이니까 류현진의 흥행력이 더 나은 거죠.

‘팀마케팅리포트’라는 스포츠시장 조사기관이 개발한 팬 코스트 인덱스(Fan Cost Index·FCI)라는 게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관객이 돈을 어느 정도 쓰는가를 가늠하는 지표이지요. FCI에 따르면 올해 다저스 구장을 찾은 관객은 4인 기준 평균 204.95달러를 썼습니다. 이걸 적용하면 류현진의 선발등판 경기 때 다저스 구단은 한 게임 평균 15만6천달러정도를 더 번 셈이죠. 류현진이 홈에서 7경기를 치렀으니 다저스의 수입장부에는 약 110만달러가 보태졌습니다. 올시즌이 끝날 때까지 류현진의 홈경기 등판이 앞으로 10~12경기 더 있다고 보면 150만달러 이상을 더 챙기겠지요. 류현진의 관중 동원력으로만 올시즌 대략 260만~300만달러의 추가수입이 예상됩니다. 거기에 삼성전자,현대차,LG 전자,한국타이어 등 다저스 구장에 광고하는 한국기업들의 광고비 수입은 500만달러 가량으로 추산되지요. 자, 속셈 끝나셨지요? 다저스는 평균연봉 600만달러인 류현진 덕분에 올해 700만달러가 훨씬 넘는 추가수입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이렇게 하는 거지요?

미주헤럴드경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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