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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의 환호 2년…뛸 선수가 없다
설상종목 선수육성 시급
“동계올림픽만 유치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어요. 하지만 2년이 지났는데도 나아진 게 없네요.”

‘한국 썰매종목 개척자’ 강광배(40)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2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상대로 표밭을 다지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힘을 보탰던 그는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순간 우리 동계스포츠 환경이 확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열악한 설상종목에 대한 체계적인 선수육성 정책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5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 성패를 가를 선수 육성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포츠 전문가와 현역 선수들의 30%는 메달 획득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욱 한체대 전 총장은 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체육과학연구원 등 관련 전문가 125명과 엘리트 선수 3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결과를 13일 한체대서 열린 평창올림픽 선수 육성 방안 포럼에서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의 종합 순위가 평균 5.7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종합 4위의 핑크빛 전망과는 차이가 있다. 또 전문가와 선수들은 “설상 종목 메달 가능성은 제로(0)”라고 내다봤다. 빙상 종목만 메달을 딸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4위)과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4강)에서 보듯 우리나라 성적이 좋아야 대회 흥행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선수 육성이 어느 과제보다 시급한 이유다”고 입을 모았다.

평창올림픽 출전권 획득까지 대략 3∼5년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고교·대학생들이 평창에서 활약할 선수들이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타 대학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한체대의 신입생 정원을 늘리지 않고 있다. 대학 문을 넓히지 않으면 좋은 선수를 키워낼 수 없는 게 당연한 이치다.

김종욱 전 총장은 “한체대는 특수 목적 대학교다. 교과부도 2011년 겨울 한체대를 동계스포츠 특성화대학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정원 확대를 승인하지 않아 선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체대는 고육지책으로 육상·조정·역도 선수들을 썰매팀에 영입해 4명의 국가대표를 키워냈다.

강광배 교수는 “평창 유치전 때 IOC위원들이 묻는 게 딱 세가지였다. 대한민국에 눈이 오느냐, 동계스포츠 시설이 있느냐, 동계 선수가 있느냐. 그런데 우리는 전체 메달의 70%를 차지하는 설상 종목 선수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좋은 선수를 많이 육성한 후 대회를 유치하는 게 순서인데, 우리는 거꾸로 됐다. 대회는 유치해 놓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선수 육성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좋은 성적으로 인해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 관심 자체가 부족하다”며 정부의 안일한 자세를 꼬집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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