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 특훈’으로 우승 예감=대단히 큰 키(179cm)도 아니고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다. 올해 함께 경기한 프로 중 자신보다 더 멀리 나간 선수는 없었다고 할 정도로 호쾌한 드라이버샷이 일품이다. 장타의 힘은 아버지 이정열(48) 씨의 하체훈련 덕이 컸다. 스키선수 출신의 이 씨는 아들에게 스키를 가르치다 횡계초 4년때 골프로 종목을 바꿨다. 민첩성이 떨어져 스키보다는 골프가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처음부터 또박또박 공맞히는 재주가 좋았던 이수민은 용평스키장 슬로프를 뛰어오르고 산도 타면서 단단한 하체를 길렀다. 문제는 퍼팅과 숏게임이었다. 그린 주변 플레이가 신통치 않아 선두권에 이름 올리기가 힘들었다. 퍼트 고민은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을 지도해 준 이준석 지산골프아카데미 헤드 프로와 함께 풀었다. 홀컵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1.5m 거리에 12개의 티를 꼽은 뒤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공을 홀에 떨어뜨리는 훈련이었다. “퍼팅은 자신감이에요. 1.5m 거리가 가장 중요한데, 이 훈련을 반복하면 퍼트를 대하는 마음이 훨씬 편해지고 자신감이 생겨요. 이번 우승도 이 효과를 톡톡히 봤어요.”
▶힙합, 귀걸이, 연상의 여친, 그리고 배상문=튀는 외모만큼이나 입담도 솔직하고 거침없다. 침체된 KPGA 투어에서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뜨거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수민은 갑자기 쏠리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이를 오히려 즐긴다. “부담이요? 전혀 없어요.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그런데 주위에서 저한테 ‘아이돌’이라고 하시던데, 그 정도는 아닌 것같아요.(웃음)”
외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양쪽 귀에서 반짝이는 귀걸이다. 그는 “고3 끝나고 그냥 기분전환 용으로 귀를 뚫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2살 연상인데 많은 힘이 된다. 우승 소식에 나보다도 더 좋아하더라”며 쿨하게 답했다. 투팍·에미넴의 힙합뮤직을 듣고 주말에 친구들과 수다떠는 게 큰 즐거움이다.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최근 PGA 투어에서 첫승을 올린 배상문(27·캘러웨이). “끈기 있는 플레이, 남자답고 배짱 두둑한 모습이 멋있지 않나요? 정말 닮고 싶은 프로님이에요.”
프로이긴 아마골퍼 이수민.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20대에 PGA 투어 입성이 꿈=이수민의 계획은 30세까지 거의 1년 단위로 촘촘하게 짜여졌다. 올해 아시아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2년 전 챔피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에게 1타 뒤져 놓친 마스터스 출전티켓을 획득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마쓰야마는 올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데뷔해 5경기서 2승을 휩쓴 ‘슈퍼루키’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2015년엔 프로에 데뷔해 한일 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2016년 리우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가는 것. 그리고나서 서른이 되기 전 PGA 투어에 입성하는 게 그의 ‘꿈 지도’다. 욕심많고 당차게 보이지만 왠지 다 이뤄낼 것같은 느낌이다.
“일단 여기까지만 계획을 세웠어요. 올해는 한국오픈 등 4개 대회가 더 남았는데 한 번 더 우승하는 게 목표에요. 아, 근데 이런 말 하면 프로님들이 건방지다고 하지 않을까요? 하하.”
용인=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