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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국립대병원과 연계 의료 質 향상…공정성·효율성 다 잡아야”
④‘ 진주의료원’해산 조례안 통과…전문가가 말하는 공공의료 방향은
양질의 진료통한 ‘건강한 적자’ 인정해줘야
중앙정부·지자체 책임·역할 불분명
정부, 큰틀에서 국가적 운영지침 만들어야




103년 역사의 진주의료원이 ‘폐업’이라는 ‘막장’으로 가는 길은 채 100일이 걸리지 않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만성적자와 귀족 강성노조’를 이유로 처음부터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은 채 의료원 폐업을 강행했고, 노조 역시 ‘공공의료의 적자구조는 불가피한 일이며 단지 진주의료원만의 일이 아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양쪽 다 자신들의 정당성과 상대편에 대한 책임전가만 주장할 뿐 겸허한 자기반성이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 채 감정싸움만 하다 결국 파국을 맞았다. 국민들은 ‘공공의료’라는 개념도 생소하지만 도대체 뭐가 본질적인 문제인지도 모른 채 지루한 싸움을 지켜봐야만 했다.

‘공공’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 모두에 두루 관계되는 것’이지만 ‘공공의료’는 민간에서는 도저히 흉내를 낼 수도 없는 소중한 가치이자 결국 우리 사회가 지켜내야 할 제도임은 틀림없다.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책무이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이진석 교수에게 그 해결책을 들어봤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간 언론에서는 지나치게 공공성과 효율성, 귀족 강성 노조 등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하고 서로 간의 갈등구조만 부각시킨 면이 없지 않다. ‘공공의료’에 대한 중앙정부(보건복지부)와 광역지방정부(도), 지방자치단체(진주시)의 책임과 역할이 불분명해 도대체 누가 이것을 중재하고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지도 모르고 파국을 맞았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미온적 반응도 한몫을 했다. 결국 정부의 관리부재이고 이걸 외면하고 오로지 내부구성원들의 문제라고 책임을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풀려고 한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

- ‘공공의료원’의 ‘적자’가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인가.

▶공공의료원이 ‘적자’를 낸다고 다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 흑자를 내는 모범사례라고 발표된 의료원의 경우 그 수익구조를 면밀히 살펴보면 공공의료라고 볼 수 없는 소위 ‘돈이 되는’ 건강검진, 관절수술 등 민간병원에서 주로 하는 비급여항목이 많은데 이런 흑자는 공공의료의 가치와 상충된다. 민간이 하는 의료의 서비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면 굳이 공공을 구분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공공의료의 본질적인 역할은 하지 않고 민간을 흉내내서 흑자를 냈다면 야단을 쳐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반대는 공공의료서비스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면 적자를 내도 칭찬을 받을 일이다.

- ‘건강한 적자’와 ‘불건강한 적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공공성과 효율성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민간이 비효율적이라서 망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공공병원은 국민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공성 못지않게 오히려 훨씬 더 효율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공공의료서비스에서 중요한 건 ‘양질의 적정진료’이다. 즉,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것이다. 민간병원은 우리나라 의료수가정책상 절대 못한다. 민간이 건강보험급여 중심의 진료를 하면 무조건 적자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정당성과 상대편에 대한 책임전가만 주장할 뿐 겸허한 자기반성이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 채 감정싸움만 하다 결국 진주의료원은 파국을 맞았다. 사진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진주의료원 정문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공고문이 설치돼 있다.

건강보험급여항목의 경우 원가 대비 75%이고 비보험이나 건강검진은 원가 대비 200%의 수익이 보장된다. 때문에 민간병원의 경우 건강보험급여항목의 볼륨은 늘려서 양으로 승부하고 비급여와 과잉진료로 수익보전하는 게 고착화되고 보편화되었다. 때문에 ‘양질의 적정진료’는 공공기관이 해야 할 분야이고 중요하다. 전염병 등 질병관리 서비스 등을 하면서 적자가 나는 것은 ‘건강한 적자’이고 이런 걸로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성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불건강한 적자’는 경영진의 무능력과 의료진의 무능 등 자신의 업무역량을 제대로 발휘 못해 발생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시스템적인 문제이다. 도지사가 바뀌면 논공행상식으로 원장들을 갈아치우는 시스템으로 무슨 책임의식이 있겠나.

-해결책은 무엇인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원 확대보다는 복지부가 ‘공공병원은 이런 역할을 하는 거다’는 기준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 복지부가 ‘공공의료에 관한 국가적인 운영지침’을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 공공의료원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의 질’이다. 지방의료진 수준이 아주 열악하다. 가장 단기간에 가장 현실적으로 공공병원의 질적 서비스를 높이는 방안은 권역 내 국립대병원과 연계하는 것이다. 일본도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원과 인적교류와 의료서비스를 연계한다면 공공의료원의 질적 향상이 분병히 있을 것이다. 국립대병원도 공공의료기관인데 사실 역할이 현재 모호하다.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체계에서 기여를 해야 한다. 경로당 무료검진이나 무의촌 의료검진 같은 것은 민간에 맡기고 권역 공공병원에 대한 공공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서 그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와 교과부가 협의를 통해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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