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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세종청사,누가 구부려 놨지? 사용자 고려안한 설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세종시 정부청사 설계에 대해 불만이 많다. 현재 1단계 연면적 21만5000㎡, 1~6동 청사가 완공돼 사용하고 있는데,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어 이용하기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이 있는 1동과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관리소,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환경부로 이어지는 2~6동까지의 거리는 1.4km. 복도는 꾸불꾸불하고 두 갈래로 나눠지거나 막힌 곳이 있다. 동과 동 사이는 4층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는데 층을 옮겨가며 이동하다보면 방향을 잃기 일쑤다.

6동에서 회의가 많은 1동 국무총리실을 찾아가려면 걸어서 20여분 걸린다. 밖으로 나가 이동할 경우엔 도로를 건너 담장을 돌아가야 하니 실내에서보다 10여분 더 걸린다.

실내 공간은 과천에서 들고 온 짐을 다 넣지 못할 정도로 좁다. 사무실 1인당 면적을 20년 전 정한 정부청사규정에 따라 7㎡로 설계했다. 내부 공간은 꽤 확보했는데도 사무 공간 규정을 따르다 보니 사무실은 비좁고 복도는 휑하게 넓은 기형적인 구조다. 


주차공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5500여명이 근무하는데 고작 1396대만 주차 가능하다. 그러니 청사주변은 공무원과 민원인들의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는다.

보안 문제도 심각하다. 총리실과 기재부 인근에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청사 공무원이 일상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말과 내년 3단계 구역까지 청사가 완공되면 청사의 몸통이 꼬불꼬불 더 길게 늘어지는 셈이니 혼란이 가중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건물 설계에 책임이 있는 안전행정부와 설계회사는 이런 불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세종청사는 안전행정부가 2007년1월 국제공모를 통해 해안건축사사무소를 전체 모습을 담은 ’마스터플랜‘ 설계사로 선정하면서 윤곽을 드러냈다. 1~3단계로 나눠져 건설되고 있는데, 각각 단계마다 2개 회사씩 ’실시설계회사‘와 시공사가 참여하고 있다. 예를들어 이미 준공된 1단계는 해안건축과 범건축이 설계를 맡았고, 계룡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담당했다.

안행부와 설계회사는 현재 청사 이용의 불편함이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새 청사 계획을 그 자체로 완벽한게 아니라 주변과 공존하는 ’열린 청사‘로 설계했기 때문에 일부 구간만 준공된 지금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행부 청사이전사업과 관계자는 “청사 주변의 기반시설 등이 들어서지 않은 지금 단계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 겪고 있는 많은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터플랜 설계 담당자인 남승영 해안건축사사무소 상무도 “현재 청사는 일부분만 지어졌고, 주변 개발이 전혀 되지 않았으므로 불편할 수 있지만, 앞으로 주변 상업용지 개발이 끝나면 청사의 각동마다 가까운 식당 등 편의시설이 생기고, 이동 구간도 훨씬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종시 청사 설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크게 엇갈린다. 한 대형건설사 설계부장은 “세종시 청사 설계는 공무원들의 기본적인 업무 행태나 공간 효율성 등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외형적인 미관에만 집작한 대학교 졸업작품 수준의 결과물”이라고 혹평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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