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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y> 환경규제 강화, EU는 왜?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파이를 키우면 나눌 게 많아진다. 꽉 찬 지갑은 소비심리를 자극하면서 생산수준을 끌어올리는 동기를 부여한다. 성장은 곧 풍요로움이다. 때문에 인류는 기존 제품ㆍ서비스보다 진일보한 것이나 새로운 그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다닌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경제규모를 키우는 데 매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구는 아파한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 점점 더 더러워지는 지구를 자연의 정화능력에 맡기기에는 이미 늦었다. 부(富)의 증대를 원하는 인류의 욕망은 끝이 없다.

성장의 화려함에 가려졌던 환경문제 해결에 대해 세계 지도자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인지 오래다. 세계 각국은 환경규제 카드를 속속 꺼내들면서 지구 오염과 온난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환경규제는 곧 비관세 무역장벽. 이를 선도하는 EU(유럽연합)는 해마다 강화된 규제를 내놓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속 EU가 이러는 속내는 무엇일까.

▶강해지는 EU 환경규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WEEE(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와 RoHS(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의 기준을 강화한 WEEE II, RoHS II를 지난해 8월과 올 1월부터 각각 시행 중이다.

2005년 8월 시행된 WEEE는 EU에서 판매되는 전기ㆍ전자제품의 폐기에 대한 회수처리 지침이다. 폐전기전자제품 발생의 사전 예방과 재사용, 재활용, 재생 등으로 폐전기전자제품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또 생산자가 의무사항을 준수함으로써 제품 제조의 전(全) 과정에서 환경성을 개선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이 지침이 개정됐는데,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회원국에게 수거목표와 재생목표를 설정한 게 주요 내용이다.

RoHS는 EU에 수입되는 전기ㆍ전자제품에 대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납과 카드뮴, 수은, 6가크롬, 난연제(PBBsㆍ폴리브롬화비페닐, PBDEsㆍ폴리브롬화비닐) 등 6대 유해물질의 사용을 제한하는 지침으로 2006년 7월 발효됐다. 최대 허용농도를 초과하면 EU시장 판매가 금지된다. 생산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올들어선 기존 RoHS에서 제외됐던 의료장비와 모니터링ㆍ제어기기 등이 규제대상에 새롭게 포함됐고, 2019년 모든 전기ㆍ전자제품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제품안전마크인 CE마크도 반드시 붙여야 한다.

제조업자와 수업업자, 판매업자 등 주체별 이행의무도 명확하게 했다. 제조업자는 유해물질 기준을 준수했는지, 수입업자는 생산자가 의무를 다 했는지, 판매업자는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게 각종 문서가 작성됐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아울러 2002년 시행된 폐자동차처리지침(ELV)은 폐차처리비용을 자동차 생산자가 부담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는 EU 내 연간 1t 이상 제조ㆍ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을 양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ㆍ평가ㆍ신고ㆍ허가ㆍ제한하는 제도다. 2007년 6월 발효됐다.

2008년 8월부터 적용된 ‘에너지 사용제품의 친환경 설계지침’(ErP)은 2009년 말부터 셋톱박스와 조명,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등으로 확대됐다. 세탁기는 용량별로 세탁성능, 에너지효율, 에너지소모, 물 소모량 등을 맞춰야 하며, 식기세척기는 세척성능, 건조효율, 에너지효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반드시 명시한다. 산업용 전기모터와 냉장고 등에 대해서는 에너지 효율성 등급을 강화해 일정등급 이하 제품은 판매가 금지된다.

▶첨단규제 꺼내든 EU는 왜?= EU의 무역기술장벽(TBT)은 2000년대 초반 폐기물 처리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다 중반 이후 원재료 등 투입요소 관련규제가 주를 이뤘고, 최근에는 신규 규제보다 기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EU의 TBT 통보문 추이도 2009년 63건에서 2010년 52건으로 줄었다가 2011년과 2012년 각각 65건, 79건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있다. 이 통보문은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회원국이 자국 기술규정의 제정이나 개정이 회원국과 무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전에 WTO 회원국에 통보하는 문서다.

전문가들은 EU가 환경이나 안전 등 보편적 규범과 자신의 기술우위를 결합해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김동환 연구원은 “기술우위를 앞세운 환경 및 안전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은 장기적으로 EU 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기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로존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긴축재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함께 시장불신과 정치적 불안을 조장하는 또 하나의 악재는 높은 실업률이다. 고실업률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어 고용과 투자를 감소시켜 세수가 줄어드는 재정악화의 악순환을 심화시킨다.

EU는 고용창출과 경제 회복이 절실하다. 이들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외국 기업과 경쟁에 취약한 산업을 한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비관세 장벽은 국가마다 고유한 제도와 기준으로 만들어져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국제협상으로 조정과 철폐가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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