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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세종시 부동산 ‘블랙홀 현상’ 조짐…대전엔 공급과잉 주의보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앞으로 최소 50만명은 더 들어올겁니다. 생활권만 21개죠, 광역시 급입니다” (세종시 첫마을의 한 공인중개사)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한 작년말부터 세종시 집값은 수직상승했다. 땅값 상승률도 최고다. 전문가 브리핑을 방불케 하는 세종시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은 이 지역이 향후 인근 부동산수요까지 흡수할 가능성을 함축한다. 최근 상승세가 한풀 꺾인 대전 유성구 등 배후지역 분위기를 볼 때 세종시 발(發) ‘블랙홀 현상’의 전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지역은 이미 공급과잉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전세는 1년새 2.5배 뛰고 매매는 웃돈 6000만원, 땅값도 갑절= 지난 7일 오후 세종시 첫마을 1단계 단지 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이른 무더위도 아랑곳 없이 청주, 대전, 전북 등지의 방문객 상담이 꼬리를 물었다. 반시간 넘게 기다려서야 겨우 말 붙일 짬이 났다. 공인중개사 임 모씨는 “하도 설명을 많이 해 입이 아프다”면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임씨를 비롯한 세종시 공인중개사들은 “작년 하반기∼올 초 거주 수요가 부쩍 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첫마을 공인중개업소 90여개가 부쩍 바빠진 것도 이때부터다. 특히 첫마을 2단계지역은 가격 급등의 진앙지가 됐다. 아파트 입주(작년 6월)와 공공기관 1단계 이전 시기가 맞물려서다. 임씨는 “2단계 전용 84㎡의 전세는 9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 대로 뛰었다”고 말했다. 매매가는 평균 6000만원가량 웃돈이 붙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85㎡기준 매매가는 2억3000만∼2억4000만원에서 3억원이 됐다”며 “가격 추가상승을 예상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틀어쥐고 있어 실거래는 미미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첫마을 1단계도 잠잠하던 시세가 작년 하반기부터 올라 지금은 2단계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대전 유성지역에 공사중인 오피스텔. 내년도 공급물량은 1600여실 정도로 알려졌다.

지가도 폭등했다. 지역에 따라 과열 양상도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마을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세종시와 경계한 곳 땅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며 “동공주IC(현 서세종IC) 도로변 지가는 1년새 100%가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엔 미등기전매 등 불법거래도 상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규모 이주 기대감에 분양권도 웃돈거래…수요 독식하는 ‘블랙홀 현상‘조짐= 2단계 기관이주(총 4800여명 규모)가 현실이 되면서 청사인근 단지의 분양권도 웃돈이 상당하다. 반면 작년 세종시 출범당시 오갈 데 없는 이주자들이 몰렸던 대전 유성구 등 배후지역은 수요 정체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가격 거품론도 만만찮다.

공공청사가 있는 1-5생활권을 에워싸면서 맞닿은 1-2~4생활권(아름동, 종촌동, 도담동) 아파트 분양권은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다. 작년 이 지역에서 청약접수를 끝낸 단지들은 올 초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바로 웃돈이 붙었다. 공공청사와의 거리 등 여건에 따라 웃돈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청사 바로 옆 단지 84㎡ 분양권은 웃돈이 3500만~4000만원 선에서 형성됐다”며 “제천천 조망이 가능한 청사 근처 단지도 1500만~4000만원 선의 웃돈이 붙었다”고 전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1-1생활권(고문동 일대)에 분양한 단지들도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 4~5월에 이곳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한달 새 미분양 물량 절반 이상이 주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종시 주택시장이 들끓는 것과 달리 기존 입주대기수요를 충족시켰던 대전 유성구 등 배후지역 주택시장은 최근들어 약세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5월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작년 11월을 100으로 볼때 4월에 103.7, 5월 104.3을 나타냈다. 대전 유성구는 4월 101.1, 5월 101.3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전셋값도 세종시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유성구의 가격지수는 약세로 돌아섰다.

세종시 청사인근 단지 분양권엔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이는 세종시 입주를 기다리고 있던 다양한 수요가 유성지역에서 옮겨간 결과라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세종시 아파트 단지에는 공무원 입주민 뿐 아니라 세종시 현장 사무소에서 일하는 건설업체 직원의 이주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가격 거품론도 제기된다. 유성구 소재 공인중개사 허 모씨는 “작년 하반기 이후 이곳 85㎡기준 매매가는 1000만원정도 올랐고 전셋값은 6000만원 이상 올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최고 80%에 달한다”며 “가격 거품이 상당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 대전 아파트ㆍ오피스텔 우후죽순…공급과잉 경고등 = 현재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 일대엔 공무원 이주수요를 기대한 오피스텔 신축이 한창이다. 하지만 현지의 예상은 비관적이다. 대전 유성구 봉명동 소재 공인중개사 정 모씨는 “지금 유성구 인근에서 짓고 있는 오피스텔만 1600여실에 달한다”며 “세종시 수요를 기대한 투자수요가 있어 분양은 잘 되겠지만 입주수요가 이를 받쳐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시에 공급될 오피스텔도 내년에만 총 2700실에 이른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와 맞닿은 대전 노은ㆍ 반석지구에 내년 공급예정 물량만 2000가구 이상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공급과잉에 가격거품이 빠지는게 겹치면서 전셋값은 현재의 70∼80%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 전문위원도 “향후 이 지역 공급물량의 분양가 기준은 대전 유성이 아니라 세종시가 될 것”이라며 “공무원 이주를 겨냥해 지어진 원룸들도 나중엔 공실 등 적체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현종 기자 /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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