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관광지로서의 세종시?…미래엔 매력지수 올라갈까
[세종시=박동미 기자]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자리잡은 밀마루 전망 타워(충남 연기군 남면)에 오르면 ‘공사중’인 세종시가 한눈에 보인다. 타워 자체는 9층 높이로 40여m지만,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덕에 해발 98m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다. 360도를 빙 돌며 세종시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아직 유리창 너머로는 살풍경이다.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형상의 정부청사와 그 넘어 거대한 인공호수, 한두리대교 그리고 비파 모양 국립도서관도 일부 보인다. 아직 변변한 식당 하나 없이 부동산만 즐비하다는 세종시 ‘첫 마을’도 시야에 들어온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수려한 자연경관이나,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동서남북을 돌아보면 볼 수록 눈에 익숙해지는건 아파트를 쌓아 올리고 있는 타워 크레인이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정부 청사도 첫 마을도 모두 사라진다. 물안개 속에서 수십개의 오렌지색 타워 크레인들만 움직인다. 마치 공포 영화를 보는 듯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밀마루 타워에 한번 올라보길 권한다. 타워에는 세종시 전체 조감도와 첫마을 조감도, 토지이용 조감도가 설치되어 있다. 웅웅거리는 타워 크레인 소리를 들으며 세종시의 앞날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도 저마다 다르니, ‘미래 세종시’도 다르게 그려질 게다. 아직 모든건 ‘미완성’이다.

▶ 인공호수는 아직 정 안가…기분 전환은 공주ㆍ대전에서=밀마루 전망 타워에서 내려오면 살풍경이 약간 완화된다. 충청도 지역 중에서도 가장 볼거리가 빈약했던 세종시는 그나마 정부 청사가 들어오면서 ‘구경’을 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종시를 ‘한번 둘러보겠다’는 생각이 크다. 물론 ‘명소’라고 불릴만한건 거의 없다. 유물이나 유적 등 애초부터 가진게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혹자는 “대단한게 없으니까, 쉽게 파헤치는 것 아니냐”며 자조섞인 이야기도 한다.

청사 뒷편엔 빨강ㆍ파랑ㆍ보랑 등 형형색색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다. 수십대나 되지만 관광을 목적으로 온 버스는 단 한대도 없다. 모두 청사 직원들의 통근버스로 이용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종시 공무원들도 인근 지역에 대해선 깜깜하다. 지난달 2일 국내 최대 인공호수라며 떠들썩하게 개장한 세종호수공원에도 못가본 사람이 허다하다. 청사로부터 차를 타기엔 가깝고, 걸어가기엔 멀다. 아직 대중교통이 미흡한 탓에 호수 방문도 ‘애매’하다.

세종시로 아예 이주해온 사람들도 인공호수가 낯선건 마찬가지이다. 호수 인근에 비파모양으로 지었다는 국립도서관이 있지만, 아직 개관전이다. 저녁 유흥은 한두리 대교 건너편의 대평리에서, 주말에는 세종시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가족과 함께 첫 마을에 살고 있는 한 청사 직원은 “맛집은 주로 공주시에서 찾는 편이고, 아이를 위해서는 대전 외출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세종호수공원의 플로팅 아일랜드(유리섬ㆍ초지섬ㆍ조명섬ㆍ잔디섬ㆍ데크섬)는 어딘지 한강 새빛둥둥섬을 연상케 해서 아직 정이 안가는 것도 사실이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 사라진 부안임씨 집성촌…세종시 ‘마을 문화’ 원류를 찾아서=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충남 연기군 일대에 자리잡고 있던 부안임씨 집성촌이 사라졌다. 착공 당시 임씨 가문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일정한 보상을 받고 지난해까지 대부분 인근 마을로 이주했다. 대평리 토박이 임재한(55) 문화해설사는 “일각에선 집성촌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며 반대했지만, 결국 세종시에 600년을 이어온 터를 내주고 말았다”고 전했다.

임씨 집성촌은 이제 없지만, 인공 도시 세종시 주변에는 보존 가치가 높은 작은 마을이 여럿 있다. 예로부터 감이 많다고 한 감성마을과 금강대도의 총본산인 금천마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미래 세종시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두리 대교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며 오지마을을 찾아간다. 감성ㆍ금천 두 마을은 서로 인근에 위치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감성리의 가장 큰 볼거리는 사실 감이 아니라 백로다. 이 마을엔 조선 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백로서식지가 있다. 마을로 들어서면 나무 위에 긴 날개와 다리를 가진 하얀 새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때는 수천마리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현재는 1000여마리가 서식중이다. 4~5월이 백로관찰 적기이다. 


금천리는 100여년전 유ㆍ불ㆍ선의 교리를 하나로 합한 금강대도라는 종교에 의해 형성된 마을이다. 지금도 채식과 자급자족을 하는 교도 100여명이 단체생활을 하고 있다. 낯선 종교에 저항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길을 안내한 임재한 해설사는 “1874년 창도 후 금강대도가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 지원 등 민족종교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접근하는게 의미있다”고 말했다. 본원으로 향하는 금병로 양 옆에는 연꽃 밭이 푸르게 펼쳐지고, 가을에는 연꽃음악회도 열린다. 1963년 금천리 일대에서 고성방가 등을 금지하는 연기군수의 경고문을 통해 이 지역에서 금강대도가 가졌던 위상을 알 수 있다.

▶‘살풍경’ 세종시에 위안이 되는 곳은= 세종시가 어떻게 변화해갈지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옛 것’에서 위안을 찾는게 나을 듯 싶다. 활엽수가 빼곡한 금강자연휴양림(금남면)과 충남산림박물관, 반달곰 수백마리가 모여사는 베어트리파크(전동면)는 세종시가 아니라도 명소로 꼽히던 곳들. 여기에, 붕어 낚시의 ‘손맛’과 얼큰한 매운탕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고복저수지(연서면)도 둘러볼만하다.

pdm@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ㆍ베어트리파크 제공]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