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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 서점가 ‘스크린셀러’만 나홀로 질주

자기계발서나 실용서적 외에 책에 읽지 않는 시대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원작 소설은 예외다.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과 베스트셀러의 합성어인 ‘스크린셀러’가 서점가에서 여전히 강세다. 불황인 출판가를 먹여살린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특히 연 초‘레미제라블’ 신드롬에서부터 이어진 고전문학 다시 읽기 붐이 계속 되고 있다. 스토리(이야기) 빈곤에 시달리는 영화는 고전에서 영감을 끌어오고, 영화로 재탄생한 고전은 스크린을 등에 엎고 다시 읽히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영미문학의 고전인 F.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요즘 출판ㆍ서점가 최대 화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가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소개된 뒤로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더니 지난달 중순 국내에서 영화가 개봉하면서 원작 소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교보문고 주간 종합순위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문학동네와 민음사가 각각 출간한 책이 동시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해 있다. 인터파크, 예스24 등 온라인서점에서도 10위권 안에서 달리고 있다.

5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위대한 개츠비’로 검색되는 국내도서만 100여건에 달하고, 올해 새로 출간된 도서만해도 열림원의 김석희 번역작 등 15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20~30년대 미국의 경제부흥기인 ‘재즈시대’, ‘로스트제너레이션(잃어버린시대)’를 산 청춘의 꿈과 방황, 물질적 풍요로움과 상반된 정신적 빈곤, 상실감 등을 생동감있게 그린 이 작품은 1974년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도덕 불감증에 빠진 상류층 여성 데이지 역의 미아 패로우의 신경질적인 연기가 인상깊었던 작품. 2013년 리메이크작은 작품성과 완성도 면에서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20~30대를 영화관 뿐 아니라 서점으로까지 불러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중에게 잊혀졌거나 인지도가 미약했던 작품이 영화화된 뒤로 서점 앞 진열대에 나오는 사례는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은 뮤지컬에 이어 올 초 뮤지컬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한동안 판매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천명관 원작소설 ‘고령화 가족’과 대만 출신 이안 감독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인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배두나 출연으로 화제가 워쇼스키 형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원작인 데이비드 미첼 동명 소설도 영화가 나온 뒤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스크린셀러’ 주 독자층은 20~30대 여성이다. 이는 영화 주 관객층과 겹친다. 현재 교보문고 주간 종합순위 1위인 ‘꾸뻬씨의 행복여행’ 역시 30대 여배우 이보영이 TV예능 ‘달빛프린스’에 출연해 소개하면서부터 20~30대 여성독자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좋은 책이 대중매체를 통해 다시 관심을 받아 읽히는 건 바람직하지만, ‘스크린셀러’의 인기만 쫓는 출판사의 안이한 기획은 문제란 지적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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