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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골프에서 배우는 인생의 의미
직장생활 10년차 전후가 되면 주변의 권유에 의해 골프를 시작하게 된다. 연령대는 30대 중후반쯤이다. 시기적으로 조직생활에 탄력이 붙고 중간관리자로서 입지를 다지게 되는 때이다. 성공과 출세의 함수관계를 관찰하면서 고급정보에 관심을 기울인다. 색다른 체험을 즐기며 경쟁에서 이기려는 노력도 병행한다. 또한 샐러리맨의 생활을 지속할 것이냐 아니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 것이냐를 놓고 번민의 시간을 갖게 된다. 결국 지금보다 나은 삶으로 진입키 위해 골프를 통과의례로 결론짓고 입문을 서두른다.

종전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발달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넘기면 비로소 날아오르는 골프공의 궤적을 체득케 된다. 그 순간 짜릿한 희열감에 사로잡히며 골프의 매력에 푹 빠지는 첫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근육과 관절이 잦은 부상에 시달려도 연습을 멈출 수 없다. 지상 최대의 목표인 100타를 깨기 위한 도전이 있으니 말이다.

본격적인 라운딩이 시작되면 가장은 주말 아침이면 사라졌다 저녁에 다시 나타나는 요괴인간이 된다. 아내의 잔소리와 불만이 쌓여가도 무감각해진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름 아닌 학구열이 되살아난다. 교습가의 동영상은 물론 교습서를 문제지처럼 탐독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하는 순간 머쓱해져온다.

비오는 날 우산을 골프채 삼아 휘둘러보는 열성을 보이다가 불현듯 심정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회의감이 엄습하며 돌연 골프가 지겹다고 느끼게 된다. 장기간 시간투여와 금전적인 부담을 감내했지만 타수가 줄지 않는 골퍼에겐, 골프는 그 순간부터 애물단지가 돼 버린다. 이제 임자 잃은 골프백은 먼지만 수북이 쌓여갈 뿐이다.

하지만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적자생존에 살아남은 골퍼는 10년의 세월을 넘어 50대의 중년 나이에 이르게 된다. 싱글골퍼에 근접한 실력을 나타내며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인 집중력과 인내와 겸손을 골프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구력만큼 전략적인 변곡점이 찾아온다. 주말이면 잔소리를 늘어놓던 아내를 평생의 라운딩 동반자로 탈바꿈시키는 부부애를 발휘하게 된다. 향후 10년간 확실한 라운딩 동반자를 만든 격이다. 부부의 대화가 연습장까지 이어지기에 이심전심이 따로 없어 다툼이 줄어들게 된다. 삶이 풍성해짐을 느끼게 된다. 더군다나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를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하기에.

코스에서도 무모한 도전보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택하는 지혜를 갖게 되고, 숏게임의 중요성을 후배에게 역설하게 된다. 자신의 타수를 지키기 위해선 공을 끝까지 보고 쳐야 한다는 기본 사실에 더욱 겸손해진다. 골프 규칙도 초보자 때와 달리 스스로가 더욱 철저히 지키면서 스코어 카드의 노예에서 마침내 벗어나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나이와 같은 에이지 슈트(Age Shoot)를 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골퍼라면 후회하지 않는 골프 애호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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