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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행 험난’ 한국, 졸전 끝 레바논과 1-1 무승부
불운도 실력이다. 세번이나 골대를 맞힌 불운을 탓하기엔 경기 내용이 수준 이하였다. 적장까지 “한국이 현대축구의 기본을 망각했다”고 꼬집었다. 약체 레바논을 앞두고 ‘비단길’을 자신했던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이 90분 만에 ‘가시밭길’이 됐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레바논을 상대로 간신히 승점 1을 챙기는 데 그쳤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전반 12분 하산 마툭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서울)의 천금같은 프리킥 동점골로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3승2무1패(승점 11)를 기록해 이날 경기가 없는 선두 우즈베키스탄(승점 11)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6, +2)에서 앞서 A조 1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란이 이날 카타르(승점 7)를 1-0으로 꺾으며 승점 1차로 바짝 추격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선 남은 최종예선 홈 2연전(11일 우즈베키스탄전, 18일 이란전) 승리가 절실하게 됐다.

“선제골을 먼저 넣으면 쉽게 풀리겠지만 반대의 경우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이동국(전북 현대)의 불안한 예감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전반 12분 어이없는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90분 내내 허둥댔다. 이번에도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실점이었다.

레바논은 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모하마드 하이다르가 골 지역 왼쪽에서 내준 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마툭이 잡아 기습적인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8명의 선수가 골대 앞에 모였지만 선수를 놓치며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선제골 후 침대축구’의 중동 축구 공식을 의식한 선수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부담감 탓인지 공격수들의 발이 둔해졌고 전방으로 볼을 배급해야하는 미드필드진의 움직임도 기민하지 못했다. 새로운 포백수비 조합은 허둥대다 역습찬스까지 내줬다.

슈팅이 번번이 골문을 외면하는 불운도 겹쳤다. 전반 23분 이청용의 결정적인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왔고 후반 27분 프리킥 때 곽태휘가 헤딩슛을 노렸지만 왼쪽 골대를 퉁겨 나왔다. 후반 35분에도 곽태휘의 헤딩슛이 수비수 맞고 나온 것을 이동국이 왼발로 밀어 넣었지만 또다시 왼쪽 골대를 때렸다.

좀처럼 공격 물꼬를 트지 못하자 최강희 감독은 공격 카드를 잇따라 꺼내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후반 4분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을 내보냈고 20분 뒤엔 손흥민(함부르크), 또 20분 뒤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차례로 투입했다.

하지만 모든 교체카드가 무위로 돌아가며 2011년 아시아 3차예선 원정서 레바논에 1-2로 패한 ‘베이루트 참사’ 악몽이 떠오를 무렵, 수비수 김치우의 왼발에서 고대했던 동점골이 터졌다. 김치우는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를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최강희호를 벼랑 끝에서 구했다.

경기 후 테오 뷔커 레바논 대표팀 감독은 “기적같은 결과”라며 “공간 침투, 강한 압박, 끈질긴 볼 소유 등은 현대 축구의 기본을 이루는 것들이라 지적하기가 민망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뻔히 보이는 공간에 패스를 넣지 않았고 볼을 빼앗긴 뒤에 압박을 가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으며 너무 자주 볼을 흘리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다. 이날의 졸전을 완벽하게 정리한 뼈아픈 코멘트였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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