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99’사회는 시장 아닌 정치가 만들었다악순환
상위 1%가 정치적 영향력 행사
효율성 무관한 분배구조 고착화
파멸적인 악순환의 고리 형성

‘공정한 룰’통해 불평등 완화되면
상위 1%의 富도 함께늘어



‘뭔가 잘못되었다.’ ‘우리는 99%다.’

2011년 이집트ㆍ스페인ㆍ튀니지의 시위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는 현 경제ㆍ정치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대중 인식의 신호탄이었다. 현재 전 세계의 화두는 공정성이다.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치시스템은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지 못하며 나아가 현재 경제ㆍ정치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확산돼 가고 있다.

2011년 5월 ‘배니티페어’에 미국은 ‘1퍼센트의, 1퍼센트를 위한, 1퍼센트에 의한’나라라고 일갈한 세계적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최근 저서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를 통해 뜨거운 이 주제를 대가답게 냉정하고 단호하게 다룬다. 우리 사회가 어째서 이처럼 불평등한 사회, 갈수록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가 되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에 대한 석학의 묵직한 답변이 실려 있다.

불평등의 대가는 윤리나 정의의 추상적 얘기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치명타를 입힌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주의자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이를 비판한다. 즉, 불평등은 시장경제가 본래 가질 수 있는 역동성과 효율성ㆍ생산성을 모두 마비시키고 이것이 다시 효율성과 무관한 분배구조를 고착화함으로써 파멸적인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제시스템이 대다수 국민에게 혜택을 베풀지 못하고 정치시스템이 금전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작동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충만하던 자신감이 서서히 무너지고 국가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완화되면 상위 1%에는 해가 될까.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이 완화되면 전체 경제의 성과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상위 1%의 부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평등 논의가 시작되면 결국 재분배란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털어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식으로 이해되는 게 일반적이다. 저자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얘기한다. 가령 실업 및 장애보험 같은 사회보호시스템은 마치 소득세를 내지 않는 하위계층을 위해 퍼주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이미 이들 대부분은 그 대가를 직간접적으로 지불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해 온 신화는 부유층 혹은 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면 중소사업체들이 타격을 입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실제로는 이런 세금 때문에 영향을 받는 중소사업체들은 극소수다. 더구나 영향을 받는 것은 그들의 수익뿐이고 그나마도 약간만 줄어든다.”(본문 중)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을 시장의 실패보다 정치시스템의 실패로 본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엇이 공정한지, 경쟁을 저해하는지, 불법인지를 정하고 조세제도와 사회복지지출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정부가 이런 역할을 어떻게 감당했느냐에 따라 불평등 수준이 달라진다. 문제는 지금까지 상위 1%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의 관점에 동조하는 사람을 이 기관의 책임자로 앉혀 시장이 1%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진 데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대안은 분배자로서 정부의 역할 강화다. 경쟁을 강화하고 착취는 줄이는 방향으로 공정하게, 시장을 시장답게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시장이 대다수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역할이다.

미국의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분석한 책이지만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기회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오늘의 현실은 미래에는 불평등의 수준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스티글리츠의 말은 불평등 관리가 오늘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