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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장면 좋아 골프 시작…2010년 혈혈단신 美투어 도전 ‘악바리’
생애 첫 우승 이일희는 누구?
“맛있는 자장면 사줄게.”

10살 꼬마는 아빠의 자장면 유혹에 주말마다 골프연습장에 놀러갔다.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연습장 한켠에서 깨진볼을 주워다 치면서 골프에 재미를 붙인 꼬마는 마침내 15년 뒤 세계 최고의 무대서 감격의 첫 우승을 일군다.

27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일희(25·볼빅)의 별명은 ‘악바리’다.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이일희는 2009년 “기왕 놀려면 큰 물에서 꿈을 펼치고 싶다”며 미국 무대를 두드렸다. KLPGA 4년 간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터라 주위의 반대가 컸다. 1988년생 용띠 동갑내기 신지애(미래에셋)ㆍ박인비(KB금융)에 비해 실력이 부족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일희는 2009년 퀄리파잉스쿨에서 조건부 시드를 얻으며 당당히 미국에 진출했다. Q스쿨 1차전 후엔 “아빠와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밥도 숙소에서 해결하니 비행기값 빼고 800달러도 안 쓰고 왔다”고 해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런 생활은 LPGA에 데뷔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 없이 혼자 투어 생활을 시작한 이일희는 당시 스폰서가 없어 가장 싼 이코노미클래스 티켓을 구입해 혼자 비행기를 타고 다녔고 대회 조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호텔 대신 하우징을 했다. 하우징이란 대회장 근처 빈 방이 있는 가정집을 모집해 선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이용한 한국 선수는 이일희가 유일했다. 주변 선수들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기도 했다.

첫해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계속된 컷탈락에 미국 생활 지속여부를 고민했던 이일희는 2010년 마지막 대회인 LPGA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를 기록하면서 극적으로 2011년 시드를 유지했고 지난해엔 볼빅과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한층 안정된 경기력을 보였다. 이달 초 LPGA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첫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건 그는 마침내 올시즌 첫 창설된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초대퀸’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이일희는 자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부모의 마음이 아플까봐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행동하는 속 깊은 효녀로도 유명하다. 역시 우승 소감에서 부모에 대한 감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이일희는 “너무 바랐던 우승이라 눈물이 난다. 마음 고생을 많이 하신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가장 먼저 전화드려야겠다”고 말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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