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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甲’의 부름에…경제단체장‘수난시대’
정부부처와 릴레이 조찬…이달 들어서만 세번째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발바닥에 땀이 난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건강한 분주함’이겠지만, 연로한 ‘회장님’쯤 되면 조금은 안쓰러운 생각도 든다. 경제5단체 회장들 얘기다.

경제5단체장이 유난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희범 회장 대신 참석) 등 경제5단체장은 2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환경부ㆍ고용노동부ㆍ안전행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 의제는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세부적 실천 과제’였다. 정부와 5단체는 향후 포괄적인 환경과 관련한 기업경영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는 진지하게 진행됐다. 다만 행사 배경을 놓고 다양한 시각이 나왔다.

장관과 경제단체장이 만나 경제현황과 기업경영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이상할 것은 없지만, 빈도가 잦다는 게 문제다.

경제단체장은 이달 들어 계속 정부로부터 ‘콜’을 당하고 있다. 경제단체장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한 이후 산업부, 미래창조과학부와의 ‘릴레이 만남’을 가졌다. 이날 조찬까지 합쳐 이달 들어서만 정부 부처로부터 ‘세 번째 부름’을 받은 것이다.

경제단체장들이 시대적 흐름인 경제민주화 화두와 관련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유독 새 정부 들어 갑(甲) 행세를 하는 부처로부터 ‘을(乙)’ 취급을 당하며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모양새는 분명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와 경제단체장 간 만남이 잦다.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윤상직(왼쪽 사진 오른쪽 두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화학사고 관련부처의 수장과 허창수(오른쪽 사진 오른쪽 두번째) 전경련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이 만나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특히 다음달 3일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정치권의 재계에 대한 경제민주화 파상 공세가 예고돼 있는 시점에서 재계의 대표 수장들에 대해 ‘여기저기로 오라’고 권위(?)를 남발하는 것은 재계로선 매우 씁쓸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경제단체장의 분주한 스케줄은 새 정부가 투자와 일자리창출을 주문하면서도 경제민주화의 거센 압박을 펼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으레 바쁘게 마련이지만, 경제단체장들은 정부코드에 발맞추는 동시에 국회 입법에 대응하고, 기업(회원사) 입장을 대변하는 등 1인 3역, 나아가 1인 5역을 하느라 유독 힘든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부인키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는 “경제단체장들이 폼을 잡고 권위만 내세우는 시대는 물론 지났다고 하지만, 요즘 업계에선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회원사 입장을 대변하려 애쓰는 단체장을 보며 ‘회장하기 참 힘들어 보인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자주 나온다”고 했다.

문제는 단체장을 향한 군기잡기용 ‘을’ 취급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6월 국회가 개원되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은 농도가 훨씬 짙어질 것이 분명하다. 순환출자 금지, 기업일감몰아주기 규제,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체휴일제 입법 등의 숱한 현안이 대기 중이다. 이 과정에서 재계단체를 향한 길들이기 공세가 강화되면서 여기저기에서 단체장을 유행처럼 부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래저래 연로한 회장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때론 훈계성(?) 지시도 들어야 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은 계속 연출될 것 같아 보인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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