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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이대호 · 추신수는 소중한 국가재산
이대호(31ㆍ오릭스)와 추신수(31ㆍ신시내티)는 오랜 친구사이지만 선의의 라이벌 관계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를 먼저 접했기에 순서상으로 보면 이대호의 멘토 역할일 수 있겠다.

이대호는 부모님의 부재로 인해 청소년기에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다. 운동선수의 가정형편으론 최악의 상황이었다. 타고난 체격조건과 유연성이 돋보이는 야구실력이 전부였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른 진로선택보다 학비를 감면해주는 학교 선택이 우선이었다. 결손가정이라는 사회통념 속에 자신을 속박시키지 않기 위해 자존심을 세우고 치기를 부리는 일도 있었다.

고단한 환경은 동년배보다 일찍 철들게 만들었다. 솜털이 날 때부터 집단생활을 한 터라 깨달음이 있었다.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생각 말이다. 타격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안타를 치다보니 홈런이 양산되는 형태였다. 팀플레이를 중요시하는 그를 싫어할 감독은 없었다. 2010년 세계 최초로 9경기 연속홈런의 대기록도 그런 틀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병역혜택을 받은 후에도 국가대표 차출에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올해 3월 초 WBC대회도 어김없이 참가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의 타점왕에 올랐다. 올해도 타율과 타점은 순항중이다. 단지 홈런수가 적은 것은 상품성에 직결되기 때문에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시즌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얻는 그가 과연 어디로 갈까 팬들은 궁금해 한다. 의리파임을 간파한 오릭스구단은 이미 그의 가족이 불편함이 없도록 관리에 들어갔다. 그의 야구는 ‘대기만성’ 형이다.

추신수는 이제야 ‘물 만난 고기’처럼 메이저리그를 휘젓고 있다. 부산고를 마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후 근 12년 만에 FA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배고픈 마이너리그 생활마저도 흘러간 추억으로 돌릴 수 있게 됐다. ‘고진감래’라는 표현이 이보다 적절할 수 있을까 싶다. 하늘에 떠 있는 별마저도 따올 심산인 아버지의 풍족한 후원과 아내의 정성이 큰 원동력이 됐다. 월드스타에겐 가족의 끈끈한 연대라는 공통된 사실이 존재한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올해 WBC대회 불참이었다. 이해는 가지만 옥에 티였다.

미국과 일본에서 꿋꿋하고 폼 나게 자신의 야구인생을 펼치는 그들은 우리의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소중한 자원이자 재산이다. 요즘 부쩍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의 정객들에게 이대호의 활약은 한국인의 저력을 상기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고위 공직자의 성추행 사건으로 한국의 국격이 실추된 미국에서도 추신수의 맹활약은 교포사회에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스포츠의 속성은 열정과 순수라는 틀 안에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기에 선수의 행동과 모습이 곧 그 나라의 이미지로 연상되기 쉽다. 조석으로 두 선수의 희소식이 연이어 계속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칼럼니스트/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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