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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상문을 키운건 8할이 어머니
야구선수 꿈꿨던 대구소년
어머니 권유로 골프 입문



이승엽(37ㆍ삼성라이온즈)을 좋아해 야구선수를 꿈꿨던 경상도 대구 소년이 마침내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무대를 평정했다.

20일(한국시간)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PGA 첫 우승을 차지한 배상문(27ㆍ캘러웨이)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소질도 보였다. 그 중에서도 고향 선배인 이승엽의 열성팬이어서 야구 선수가 가장 큰 꿈이었다.

하지만 배상문은 8살이던 1994년 야구 방망이 대신 골프채를 쥐었다. 배상문 스스로 “내 인생의 캐디”라 부르는 ‘골프맘’ 시옥희(57) 씨의 권유였다. 배상문이 돌 무렵부터 혼자 아들을 키운 어머니 시씨는 직접 캐디백을 메며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아 집과 자동차는 물론 끼고 있던 반지까지 몽땅 팔아 헌신적으로 아들을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석가탄신일(17일) 전날부터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불공을 드리며 아들의 우승을 기원한 시씨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배상문은 태극마크 한 번 달지 못하는 등 아마추어 시절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2005년 프로데뷔한 뒤 특유의 장타와 정교한 퍼트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2008, 2009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고 2011년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을 차지해 한일 무대를 평정했다. 2009년 한국오픈에선 일본의 골프영웅 이시카와 료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1년 퀄리파잉스쿨 도전 삼수 만에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낸 배상문은 2012년 데뷔 첫 해부터 루키 돌풍을 일으켰다. 그해 3월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에게 우승컵을 내줬으나 ‘겁없는 신인’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은 것. 하지만 지나친 승부근성과 우승에 대한 조급증 등으로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서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상금 순위 83위로 2013년 시드권은 지켰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배상문은 2년차인 올해 승부를 걸었다. ‘나홀로 훈련’에서 벗어나 필 미켈슨(미국), 비제이 싱(피지), 맷 쿠차(미국) 등을 지도한 릭 스미스를 전담 스윙코치로 뒀고,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베테랑 맷 미니스터를 새 캐디로 영입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이 열리는 나흘 내내 안정된 샷과 퍼트를 선보였고 마침내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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