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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들의 전쟁’ 야구여신(2) 최희,“야구는 남친, 남친으로 야구선수는 NO”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최희(27) KBSN 아나운서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에는 유난히 ‘첫번째’가 많다. 야구팬들이 꼽은 가장 인기있는 아나운서, 지상파(KBS ‘야구가 좋다’)로 진출한 첫번째 스포츠채널 아나운서, 여자 아나운서 최초의 배구 캐스터다. 라디오 게스트에 예능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팔방미인. 최희 아나운서도 어느새 입사 4년차가 됐다.

어린시절부터 스포츠를 좋아해 ‘현대 유니콘스’의 어린이 회원이었고, 중학교 땐 농구를 좋아해 맥도웰 선수를 보러 혼자 농구장에 다니던 소녀였다.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엔 축구부 매니저까지 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앞길에 지금의 직업이 펼쳐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런 최희가 “매일 평가받는 야구선수들에게 동지애를 느끼는” 스포츠 아나운서로 성장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2010년 KBSN에 입사한 최희 아나운서가 불과 4년 만에 ‘여신’ 칭호를 받아들게 된 과정을 스스로는 그렇게 말한다. 최 아나운서 이전에도 KBSN에는 ‘원조’ 야구여신이라 불리는 김석류 아나운서가 있었다. 지금은 김태균(한화)의 아내가 된 김석류 아나운서가 최희 아나운서 입사 4개월 만에 결혼을 발표하며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전하는 여자 아나운서 자리가 공석이 됐다. 거기에 최희 아나운서가 앉으며 여신의 계보가 바뀌게 됐다. “할 사람이 없어서 하게 된 건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지만 준비된 사람에게 온 기회였다. 

최근 서울 상암동 KBS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최희 KBSN 아나운서, ‘꽃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의 장외경쟁에서 가장 인기있는 ‘야구여신’으로 수차례 꼽혔지만 “삼겹살에 소주”를 좋아하는 털털한 성격 답게 ‘여신’ 수식어엔 쑥스럽고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최희 아나운서가 KBSN의 어엿한 간판이 되기까지 넘어선 벽은 꽤 높았다. “앵무새처럼 대본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는 편견과 “남자들만 가득한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야하는” 창피함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동기부여가 됐던 건 어린시절 좋아했던 스포츠였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정말 막막했을 거에요. 하나의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선 제가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던 것이 동기부여가 됐어요. ‘아빠랑 처음갔던 야구장’, ‘맥도웰 선수를 보러 갔던 농구장’을 떠올리며 하다보니 어렵게 느껴지거나 지루하진 않았어요.”

최희 아나운서는 이제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잘못한 기분”이 들던 초보여신 시절을 지나왔다. 즐겁고 재밌는 일을 하는 직업인이어서인지 최 아나운서의 얼굴은 ‘여신답게’ 밝고 환하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흔히들 ‘얼굴은 최희’라고 치켜세우며 ‘여신 강림’을 칭송하지만 최희 아나운서에겐 ‘여신’이라는 수식어도 외모에 대한 칭찬도 쑥쓰럽기만 하다. 


“야구여신이라고 불리는 건 낯간지럽고 불편해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털털하고 남자같기로 유명한데 그렇게 불리는건 민망하죠. 모델 같지도 않고, 연예인 같지도 않고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라 좋아해주시는게 아닐까요.”

부끄럽던 수식어도 이젠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야구라는 콘텐츠와 묶여 여신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하나의 킬러콘텐츠를 가진 것이어서 좋기도 하고 필요한 경쟁력인 것도 같다”는 생각이다.

4년의 시간동안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아나운서로 꼽혔던 만큼 ‘야구여신’ 최희 아나운서에게 야구는 역시 특별하다. 가장 잘 하고 싶고, 욕심나는 분야다. 아무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승부의 세계라도 “동지애를 느끼는 선수들에게도 인간적인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야구는 남자친구 같아요. 가족들을 보는 시간보다 야구를 보는 시간이 많아요. 그렇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기쁠 때가 제일 많아요. 고민도 많고 싸우기도 하고요. 야구가 나를 원하고, 내가 야구를 원한다면 계속 함께 가고 싶어요.”

남자친구 같은 야구와 하루종일 붙어있는 생활이지만, 아직 솔로인 최희 아나운서는 남자친구로 야구선수는 사양이다. 운동선수는 자기 일에 인생을 건 남자다운 사람들이라 “참 멋지다”면서도 그는 자신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상한 남자친구가 좋다고 귀띔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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