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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년 퍼거슨 시대’ 마감…“팀이 먼저” 퍼거슨 리더십 주목
“팀이 가장 강할 때 떠나고 싶었다.”

27년 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은퇴했다. 맨유는 8일(한국시간) 구단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퍼거슨의 은퇴를 알렸고, 퍼거슨은 “팀이 가장 강한 시기에 물러나기로 했다”고 했다. 은퇴 발표 후 데이비드 베컴은 “내 인생 최고의 감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보스”라고 SNS에 올리며 감사와 경의를 표했다.

1986년 11월 맨유 지휘봉을 잡은 퍼거슨은 ‘맨유의 모든 것’이었다. 리그 21위(당시 22개팀)로 강등을 걱정하던 만년 중하위팀을 부임 첫 해 11위, 이듬해 2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맨유는 퍼거슨의 지휘 아래 리그 13회, FA컵 5회, 리그컵 4회, 유럽챔피언스리그(UEFA) 챔피언스리그 2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회 등 총 38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퍼거슨은 1998-1999 시즌 잉글랜드 클럽으로는 처음으로 트레블(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우승)을 달성,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와 함께 ‘경(Sir)’ 칭호를 받았다.

하지만 성적보다 퍼거슨을 더 주목하게 한 건 그의 리더십이었다. 맨유가 축구만 잘 하는 팀이 아닌 ‘명문 클럽’으로 올라선 데는 퍼거슨의 몫이 가장 컸다. 2007년 미국의 한 인터넷사이트가 ‘어려움에 처한 유명 자동차회사를 살리기 위해 누구를 CEO로 앉히면 되겠느냐’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퍼거슨이 잭 웰치 전 GE 회장, 빌 게이츠 MS 회장, 대처 전 영국 총리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인재를 발굴하고 조직을 장악한 뒤 성적을 내는 과정은 글로벌 기업들의 모범 사례로 손꼽혔다.

그의 축구철학은 간결하면서도 확고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스타플레이어라도 팀워크와 팀 정신을 해치는 선수는 용서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맨유의 상징’ 베컴이다. 2003년 2월 아스널과 FA컵 경기 하프타임 때 퍼거슨이 화를 내며 축구화를 걷어차 베컴의 눈 위에 상처를 입혔고 결국 이것이 빌미가 돼 베컴은 팀을 떠났다. 이기적인 스타 선수들에겐 냉정했지만 라이언 긱스나 폴 스콜스, 박지성 등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들에겐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고 중용했다. 지난 시즌 후 방출한 박지성에게 직접 편지를 써 출전 시간을 많이 주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데 대해 미안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했지만, 퍼거슨 자신은 맨유 그 이상의 감독이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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