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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위기론’ 이 잠자는 사자를 깨우다
작년 프로야구 2연패 명문구단
류중일감독 항상 ‘위기의식’ 주입

시즌 초반 7위까지 추락했지만
신예투입 효과 선두에 1.5게임차

삼성의 3연패 행보는 지금부터!



#장면1.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초 해외 체류 3개월여 만에 귀국하면서 또다시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모든 사물과 인간은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삼성전자가 1분기 8조7000억원의 사실상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직후였다.

#장면2. 프로야구 디펜딩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는 시즌 초반 한때 7위까지 떨어지며 흔들렸다. 삼성이 자랑하는 불펜왕국의 위용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중일 삼성 감독은 위기를 위기로 극복하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난 주말 롯데전 3연승에는 ‘류중일 식 위기탈출 해법’이 숨어 있다.

시즌 초반 주춤했던 삼성 라이온즈가 선두 탈환을 가시권에 뒀다. 삼성은 5일 롯데를 6-1로 꺾으며 롯데전 3연전을 싹쓸이했다. 4위 삼성과 선두 KIA와 승차는 불과 1.5게임차. 오는 9일까지 나흘간의 휴식기 동안 느긋하게 상위팀들의 혼전을 지켜보며 재충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 3년차 사령탑이다. 2011년 초보 감독으로 데뷔 첫해 우승을 일궜고 지난해엔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2연패를 달성했다. 2등팀을 1등팀으로 만들어야한다는 부담감에 술 없으면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이 많았던 첫 해, 그는 ‘큰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끌어안았다. 쓴소리도 하지 않았고 선수들을 기다리고 다독여줬다. 하지만 지난해엔 ‘형님’ 색깔을 뺐다. 2등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1등을 지키는 건 더 어려운 일. 일부러 선수들과 거리를 뒀다. 자칫 자기만족에 빠질 법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위기의식을 심었다. 그 결과는 2연패라는 달콤한 열매로 맺어졌다.

올해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도 삼성을 우승후보 1순위에 올려놓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2년 연속 우승을 지켰던 막강 불펜진 가운데 정현욱(LG 이적) 권오준(팔꿈치 수술)이 빠졌고 안지만과 권혁이 부상과 부진에서 더딘 회복을 보였다. 눈에 띄게 불펜진이 약화됐고 팀 성적은 들쭉날쭉 불안했다.

류 감독은 위기상황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해까지 1이닝만 던지게 했던 마무리 오승환을 8회(2사 후)부터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지난해엔 50경기 중 16경기에만 1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올시즌엔 10경기 중 5경기나 8회에 등판했다. 6선발로 낙점했던 차우찬을 중간계투로 돌렸고 권혁에 이어 안지만도 3일 롯데전에 앞서 2군으로 내려보냈다.

그런데 필승 불펜진 대부분이 사라진 후 삼성은 오히려 3연승으로 살아났다. 신예 심창민과 신용운 등이 알토란 활약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류 감독이 안지만까지 2군으로 내려보내며 스스로 만든 위기 상황이 오히려 위기탈출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류중일 감독은 “30∼35경기까지는 팀을 정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5월 셋째주 주말 3연전까지 팀을 선두 가시권에 올려놓겠다는 얘기. 류중일 감독의 약속이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는 분위기다.

스스로 위기 상황을 자초하며 끊임없이 조직을 긴장시키고 선수들을 채찍질하는 류중일 감독의 1등팀 위기론은 ‘신경영 선언’(1993년) ‘샌드위치 위기론’(2007년) 등 회사가 정상에 있을 때마다 들고 나온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과 닮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3연패 성패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모기업의 위기론이 비상한 관심 속에 대두되는 이유다.

한 전임 감독은 “야구단은 잘 나갈 때 가장 큰 위기가 온다. 가만히 있어도 4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일수록 그렇다. 80점 정도의 팀을 100점으로 이끌려면 어쩔 수 없이 쓴소리도 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런 지도자의 변화에 불만을 갖기 쉽다. 그렇게 어렵게 가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꼴찌를 선두권으로 이끄는 것도 어렵지만 잘 하는 팀을 더 잘하는 팀으로 이끄는 것은 더 어렵다. 류중일 감독과 라이온즈는 지금 진짜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연속 우승팀을 상대로 ‘위기론’을 심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긴장의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더’ 잘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모기업의 ‘위기 에너지’를 등에 업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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