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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쪽 눈 만으로…무명 언스트, PGA 첫 우승 감격
시각장애 딛고 웰스파고 연장우승
렌트카를 빌려 6시간 반을 달렸다. 대회 출전이 확정됐으니 퀘일할로 골프장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은 후다.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한 선수가 많아져 4번째 대기선수였던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줄 선물을 만들다 한쪽 시력을 잃은 세계랭킹 1207위의 감격적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승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무명의 신인 데릭 언스트(22ㆍ미국)가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언스트는 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파72·7442야드)에서 열린 대회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데이비드 린(영국)과 동타를 이룬 뒤 첫 번째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언스트는 올해 7개 대회에 출전해 5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최고 성적은 4월 취리히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47위. 이 대회 전까지 상금도 2만8000달러 남짓이었다. 필 미켈슨(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쟁쟁한 스타들과 겨루게 됐으니 대회 출전만으로도 영광이었다.

하지만 ‘이름값’은 중요하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언스트는 17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한 타를 줄였다. 선두에 한 타 뒤진 채 맞이한 마지막 18번홀(파4).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이고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 연장전에 합류했다.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린의 티샷은 깊은 러프에 빠진 데 이어 두 번째 샷은 벙커로 향했다. 반면 언스트는 두 번째 샷을 홀 4m 가량에 떨어뜨리며 버디 기회를 맞았다. 언스트는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갔지만 파를 써내면서 승리, 우승 상금 117만달러를 안았다.

언스트는 오른쪽 시력을 거의 잃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에게 줄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직접 만들다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펜스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용 톱으로 PVC파이프를 자르던 중 파편이 오른쪽 눈으로 튀었다. 각막을 10바늘이나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실명까지는 아니지만 한 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면 뿌옇게만 보인다.

언스트는 우승 후 “믿어지지 않는다”고 감격해 한 뒤 “사람들이 늘 내게 묻는다. 그런 눈으로 어떻게 골프를 치느냐고. 그런데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두 눈으로 어떻게 보는지 잘 모른다. 내겐 이렇게 보는 게 아주 완벽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선두였던 미켈슨은 16,17번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내는 등 4라운드에서 한 타를 잃고 3위(7언더파 281타)에 만족해야 했다. 매킬로이도 마지막날 한 타를 잃고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이동환(26·CJ오쇼핑)이 공동 16위(3언더파 285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써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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