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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스포츠팬이 겪는 인내의 시간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시작된 한화 이글스의 13연패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그 어떤 경기의 승리보다 귀중한 1승이었다. 전력상 하위권이 예상됐지만 이렇게까지 추락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투타의 균형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무뎌졌고 승부처에서 나오는 미묘한 실책은 프로선수답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명장 김응룡 감독의 용병술도 별무소용이었다.

끝 간 데 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려는 독수리를 격려하며 용기와 투혼의 의지를 불사른 장본인은 ‘지순한 한화 팬들’이었다. 연패 중임에도 불구하고 작년대비 5%만이 줄어든 평균 관중 수에서 진정한 팬들의 인내를 보게 된다. 심지어 1천명의 지역주민이 단체관람료를 지불하고 응원전을 펼치기까지 했다. 성인군자 같은 홈팬들의 진의를 살펴야겠다. 무엇보다 구단의 최소한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답안지 제출을 서둘러야 할 듯싶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수상이 얼마 전에 고인이 됐다. 전직 변호사였던 그녀는 엄격한 법과 질서에 입각한 통치를 11년 반(1979~1990년)동안 고집했다. 사후 평가가 엇갈린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근간으로 영국병을 치유한 위대한 지도자였다. 또 다른 쪽에서는 독단과 독선의 정치를 펼친 자기애가 강한 소신주의자였다고 폄하하고 있다.

누구보다 그녀는 축구팬에게는 공분의 대상이었다. 다원주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부족했다. 경기장에서 폭력을 일삼고 반인종주의를 주창하는 훌리건(hooligan)들의 추방은 잘한 일이다. 그런데 그로인해 순수한 지역 팬까지 관람의 자유를 억압한 것은 지나친 처사였다. 1989년 셰필드 힐스버러 경기장의 노후화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후에도 한동안 강경정책은 지속됐다.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었다. 경기장의 보수를 게을리 한 자본가의 탐욕주의의 대한 준엄한 처벌은 물론 낙후된 북부지역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우선시 됐어야 했다. 팬들에게 더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녀를 추모하는 1분간의 묵념마저도 영국리그에서는 허락지 않았다.

얼마 전 미국의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길거리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던 많은 팬들에게 위해를 가한 후 범인이 검거됐다. 비인간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모집단을 발본색원해서 반드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겠다. 이런 일을 자행하고선 지구촌에서 살 수 없다는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테러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스포츠 관람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렇듯, 팬은 선수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기꺼이 투자한다. 그런데 간혹 스타의식에 젖어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선수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혼자 잘나서 모든 것을 이룬 양 우쭐대는 모습을 보면 그럴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너그럽다가도 한 번 돌아서면 더 없이 무서운 것이 팬이다. 

칼럼니스트/aricom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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