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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산사고 아랑곳…농협생명 ‘배당잔치’
주주배당률 당기순익의 44%
총 483억원 업계 최고 수준
잇단 전산사고 물의에도
IT 개선 등 고객보호 뒷전

주주배당 적정성·재무실태 등
금융당국 고강도 검사 착수



최근 잇따른 전산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NH농협생명이 주주들에게 고액을 배당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무건전성 향상과 잇따른 전산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 보험계약자 보호 의무는 외면시한 채 주주들의 배불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고배당 자제를 강조해왔던 금융당국은 NH농협생명에 대해 주주 배당의 적정성 등 고강도 검사에 나섰다.

16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총 483억 1000여만원을 주주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생명이 지난해 거둬들인 당기순익이 109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률은 무려 44%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28%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이자, 보험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농협생명의 배당 규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생명등 농협 계열 금융사들은 지난달에만 무려 두 차례에 걸쳐 전산시스템이 중단되는 등 다른 금융사에 비해 유독 전산사고가 잦아 고객의 이용 불편을 초래했다.

따라서 주주 이익만 챙겨주기 보다는 IT시스템 개선 등 고객 보호를 위한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의 잦은 전산사고를 두고 IT보안 시스템 등이 허술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며 “이런 점에서 당기 순익의 절반 가까이를 주주 배당한 것은 경영진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NH농협생명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고배당을 단행하는 이유로 농협의 지배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농협의 금융자회사들이 거둬들인 이익은 1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에 배당되고, 금융지주는 다시 농협중앙회에 배당을 하며 중앙회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맞춰 이익을 분배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이 적을 경우 농협 중앙회의 압박이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주 이익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NH농협생명 등이 농협 조합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보호해야 할 보험계약자들의 권익은 무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산사고 발생과 관련, 법규위반 여부와 빈번한 사고 발생이 농협의 취약한 IT 지배구조 및 운영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IT 전반에 걸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고액 배당과 관련해서도 출범 후 1년이 지난 만큼 재무건전성 등 결산 검사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발생할 위험에 대비해 고배당을 자제하라는 권고에도 주주들의 이익 도모에만 급급한 NH농협생명의 경영행태는 문제가 있다”며 “재무실태 전반에 걸친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검사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측은 “당기순익의 절반 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는 점에 대해 할말이 없다”면서도 “농협의 지배구조상 어쩔수 없는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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