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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난이 사라지지 않는 진짜 이유는?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직장인 김정수(33ㆍ가명)씨는 작년 초 결혼과 함께 경기도 산본에 1억60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4.1 대책의 최대 수혜자에 해당하는 생애최초주택 수요자다. 전세 보증금을 빼 대출 7000만원을 갚고, 자본금 9000만원으로 현재 전세대출(4%)보다 낮은 금리(3.5%)로 1억3000만∼1억4000만원을 빌려 산본에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지만 그는 고개를 젓는다. 집 값이 오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월세도 월급을 빼앗기는 것 같아 질색이다. 김씨는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려면 내 월급 절반을 집주인에게 줘야 한다”며 “연립이든 빌라든 무조건 전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전세살이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셋값이 연일 고공행진해도 전세 수요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집을 장만해봤자 집값이 떨어질 게 뻔하고 매달 돈을 지불하는 월세는 세금을 내는 것 같은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KB국민은행 부동산 알리지(Reasy)가 발표한 ‘4월 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28.8, 서울은 15.0, 경기는 14.6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매도세=매수세’로 보고 100보다 높을 수록 매수세를 강하게, 낮을 수록 이를 약하게 판단하는 기준이다. 매수우위지수가 낮을 수록 매매시장이 썰렁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다.

지난 6년간 주택 매맷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한 가장 큰 이유를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매매 기피현상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2006년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이는 2010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올해 3월까지 -0.2%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에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예금금리(평균 3%대)보다 배이상 높아진 전월세 전환율 때문이다. 전용면적 84.7㎡짜리 송파구 문정동 훼미리아파트를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으로 내놓은 이 모(45)씨는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뒤 집값이 올라 전세보증금을 빼줘도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는 아파트 전성시대는 끝났다”며 “월세가 은행금리보다 높아 수익 부문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세시장 공급은 갈수록 부족해지는 반면 전세 수요는 상대적으로 급증하는 정반대의 현상이 뚜렷한 추세다. 전셋값이 연일 고공행진하는 이유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1일 기준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77.3을 나타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초과할 수록 ‘공급이 부족함’을 뜻한다. 이 수치는 1월 166.5를 기록한 뒤 계속 올라가 3월 이후 177을 찍었다.

결국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내집마련’을 포기한 수요자들이 월세 대신 전세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조만 KDI 연구위원은 “4.1 대책으로 주택매매 시장이 갑자기 좋아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집값이 안 오르는 상황에서 (생애최초주택구매자금뿐 아니라) 전세자금 대출도 확대되는 만큼 전세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이라고 진단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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