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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부이촌동에 울려퍼질 장송곡
 9만원 버는 고령주민, 자살 계획하는 상가세입자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코레일이 지난 8일 용산개발사업 청산을 결정하고 파산절차에 들어가면서 개발구역에 포함됐던 서울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6년간 도시개발지구로 묶여 재산권행사가 불가능해진 이들은 3월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디폴트소식에도 실낱같은 보상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의 최종파산으로 보상은 물거품이 됐다. 10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 서부이촌동 분위기는 장송곡이 흘러나오듯 흉흉했다. 여기저기서 “파산원흉은 정창영(코레일 사장)”이라며 “죽여버리겠다”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 70대이상 고령의 주민과 상가세입자들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다. 가구당 부채가 평균 4억5000만원에 이르는 만큼 소득이 적은 이들이 받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 자활능력 없는 고령자 주민 20%선= 김 모(75)할머니는 서부이촌동의 한 판잣집에 40년 째 살고있다. 37㎡가량 되는 김 씨 소유 집과 토지 가치는 작년 기준으로 3억7000만원 정도다. 6년전 이주대책 기준일에 집이 묶였고 거액의 보상소식이 들렸다. 그는 이를 믿고 땅을 담보로 빚 2억9000여만원을 내 아들딸 4명을 결혼시켰다. 그러나 보상금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김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다. 남편은 치매에 걸려 3개월 전 요양원으로 갔다. 그는 졸지에 독거노인이 됐지만 국가지원은 어렵다. 서류상 억대재산을 가졌고, 가족이 있어서다.

김씨의 이번달 ‘월급’은 기초노령연금 7만3000원과 주민들이 갖다준 폐품을 판 돈 2만원이 전부다. 뇌졸중 후유증에 시달리는 김씨는 “소송관련 서류를 떼고 싶어도 (아파서)움직일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서부이촌동의 토지등 소유자 가운데 김씨처럼 월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70대이상 고령자는 20%정도로 알려졌다. 인근 이촌2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기초수급자격이 안되지만 수시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어려운 모습을 보는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 상가세입자 최소 15%는 보증금 탕진하고 임대료 1년이상 체납= 서부이촌동에서 전자부품상을 운영중인 조정길(가명ㆍ64)씨는 집에 돈을 못 갖다준 지 1년이 다 돼간다. 용산개발사업으로 인근 배후수요가 끊겨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한때 상가세입자에게 분양권을 준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 뿐. 그는 어느덧 권리금 1억을 날렸고 임대보증금 4000만원을 소진했다. 월 임대료도 1년 째 체납됐다. 얼마전엔 한 구호단체에서 쌀을 기부받기도 했다. 조씨는 카드 돌려막기로 영업손실을 버텨왔지만 이젠 그것도 한계다. 보상대상이던 주변점포 240여개는 지금 150여개만 남았다. 공병을 팔아 생계를 잇는 상점은 이곳에선 일반적인 경우다. 이처럼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상인들은 최소 20여 점포, 15%가 넘는 수치다.

앞서 8일 박찬종 한우리 법무법인 참석하에 열린 손해보상소송 설명회 이후 주민들은 ‘투쟁’의 수위를 높이며 소송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김재철 11개구역 대책협의회 총무는 “20일께 (보상)설명회를 한 번 더 열고 변호사들을 상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세입자대책위원회의 관계자도 “지금은 (자살시위 등) 극단적인 방법도 고려중”이라며 “연일 회의를 열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 전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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