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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저스’ 마이클 리와 ‘팬텀’ 브래드 리틀의 만남… 팬텀도 한때는지저스였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지난 겨울부터 올 봄까지 한껏 뜨거웠던 무대를 만든 ‘팬텀’ 브래드 리틀(49)이 지난 24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다음번 무대를 기약했다. 팬들도 아쉽겠지만 누구보다 아쉬운 건 정작 그런 팬들을 뒤로해야 하는 팬텀이 아니었을까.

그 팬텀을 대신해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브래드의 마음을 달랠 구세주가 한국을 찾았다. 오는 4월 26일부터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선보이게 될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에서 지저스 역을 맡은 마이클 리(40). 지난해 11월 파슨스댄스컴퍼니의 공연으로 잠시 한국을 찾았던 그는 지금 팬텀을 대신해 한 달여 간 작품의 깊은 감동을 전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서로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이들 두 사람이 지난 21일 서울 남산자락의 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수퍼스타와 유령의 만남, 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복음도 아니요, 1900년대 프랑스어도 아니었다. 의외로 얌전(?)한 대화가 그들 사이에 오고갔다.

▶그들이 ‘지저스’를 만난 건…=실은 두 사람 모두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에 출연한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뮤지컬 배우로의 꿈을 키우게 만든 뮤지컬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두 콤비의 작품. 먼저 마이클 리가 입을 열었다.

“‘지저스…’를 처음 공연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빌라도 역을 했었죠. 언제나 좋아하던 뮤지컬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뮤지컬 극장에 들어가게 된 이유 중 하나기도 했고요. 브로드웨이에선 2000년에 처음 리바이벌된 작품을 하게 됐죠.”

‘지저스…’는 2000년부터 총 4번 나왔고 브로드웨이에서 200회, 2011년 시애틀 빌리지 시어터에서 130회 등 지저스, 시몬, 유다 역으로 총 330여회를 공연했다. 미국에선 ‘알라딘’, ‘렌트’, ‘지저스…’, ‘미스 사이공’등에 출연했고 한국무대는 2006년 ‘미스 사이공’으로 처음 내한해 2010년에도 같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이 “정말 쉬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브래드 리틀도 지저스를 연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 작품과의 만남을 소개했다.

“지저스를 연기하는 것은 제 꿈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오리지널 앨범을 듣고 자랐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나오기 전 콘셉트 앨범이었어요. 저보다 열 살 많은 형이 있는데 형이 가져와 매일 틀었었고 정말 좋아했었어요.”

앨범을 접한 건 1970년, 그가 6살때다. ‘지저스…’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운 그가 직장을 잡기 위해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 노래했던 것도 ‘지저스…’에 나온 곡이었다. 배우로서 ‘지저스…’와 인연을 맺은 건 1992년 유럽 투어때 단 한 번 뿐이다.

“‘지저스…’는 유럽에서 단 한 번 1년 정도 지저스로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혼자 캐스팅돼 100~150회 정도였던 것 같네요.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을 잘 못하겠어요.”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은 록이나 팝은 아니지만 이렇게 노래하는 것이 즐거웠다는 리틀. 어쨌거나 ‘오페라의 유령’에 2250회 출연한 불멸의 팬텀을 만든 건 신의 계시처럼 운명같이 다가온 ‘지저스…’다.

▶“지저스도 한 인간” 팬텀과 지저스가 말하는 작품 속 예수의 모습=1969년 탄생한 ‘지저스…’는 유다의 시점에서 지저스에게 질문을 던지는 노래 등 때문에 보수적 기독교도와 유대교인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한 작품이다. 예수에 대한 파격적인 묘사 때문에 쉽지 않은 뮤지컬, 브래드 리틀는 “지저스가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저스는 인간적으로 배반을 당했어요. 사람들은 그가 인간이란 것을 잊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그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화를 내기도 하고 겟세마네에 가서 신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대단히 인간적이죠.”


마이클 리 역시 종교적인 작품이 아니라 뮤지컬이며 지치고 추한 모습이 나타나 반드시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진 않는다는 브래드의 작품 해석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어떤 배우들은 이 작품이 반기독교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출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입니다. 울고 부르짖고 소리지르는 지저스의 모습, 친구들과의 사랑과 용서, 이것이 이 작품의 핵심인 것 같아요. 팀과 앤드류가 지저스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인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브래드 리틀과 마이클 리 두 사람은 팀과 앤드류 두 명의 젊은이들이 만든 ‘지저스…’가 굉장히 진보적인 작품이라며 또 한 번 의견을 같이했다.

▶가는 팬텀의 인사, 오는 지저스의 각오, 그들의 말말말=내한공연도 했고 브로드웨이에서도 함께 활약하고 있는 브래드 리틀과 마이클 리 지만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클 리는 “이미 브래드의 팬이었고 오래 전부터 그에 대해 듣고 있었다”고 했다. 인터뷰 전날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한 그는 마스크 내면의 인간성을 드러내야 하는 팬텀의 연기가 어려울텐데 잘 해낸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말에 브래드 리틀은 “사람들이 마이클을 알고 있었냐고 묻곤 하는데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극장 산업은 굉장히 좁다”며 “서로 친구들은 많이 알고 있는데 그동안 만나본 적은 없었다”고 놀라워했다. 덧붙여 “‘오페라의 유령’이 끝나고 방콕에 가기 전에 ‘지저스…’의 드레스 리허설을 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젠 공연 막바지, 한국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브래드 리틀은 정성스런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여기서 팬텀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슬픕니다. 정말 그리워할 거예요. 제 진짜 꿈과 소망이 있다면 한국에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그리고 마이클 리에겐 “그는 이미 프로고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어로 공연하는 그런 어려운 일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고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마이클 리는 최선을 다하려는 한국 배우들의 모습에서 젊은 에너지와 영감을 얻는다. 언어도 일종의 멋진 도전. 그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나 박은태가 매일 발음을 고쳐주기 위해 잘 도와주고 있고 완벽한 공연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인터뷰 중간 브래드 리틀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팬텀을 괴물로 표현하기 쉽지만 괴물은 형태일 뿐 그도 인간입니다. 지저스도 마찬가지죠. 그러고 보니 두 등장인물이 그런 유사점을 갖네요.”

떠나는 ‘팬텀’ 리틀과 곧 만나게 될 ‘지저스’ 리. 둘 다 모두 인간미가 넘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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