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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위의 노래 고개의 소리’…문경옛길박물관 ‘아리랑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과 공동기획…문경새재에서 다시 만나는 ‘아리랑’

[헤럴드경제=남민 기자]문경시 옛길박물관(시장 고윤환)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다음달 4일 공동기획전 ‘길 위의 노래 고개의 소리 : 아리랑’을 문경새재에 위치한 옛길박물관에서 개막한다.

우리 문화의 대표적 상징이자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지정된 아리랑을 재조명하고, 아리랑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420점의 자료가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5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기획전의 의의는 아리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사가 높은 때에 이루어지는 전시라는 점이 주목된다. 또 아리랑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로서 다양한 자료와 매체를 통해 아리랑을 접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구성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아리랑의 역사를 조명한다. 조선후기 임금이 밤마다 신성염곡(新聲艶曲)의 아리랑타령을 연주하였다는 기록에서부터 일제강점기와 현대의 아리랑 자료가 망라된다. 제2부는 문경새재아리랑를 주제로 전시가 이루어진다. 아리랑은 쌀의 노래라는 기록에서부터 문경새재 아리랑의 전승, 홍두깨방망이․다듬이 등의 민속자료도 선보인다. 제3부는 아리랑과 문화다. 아리랑과 관련한 북한, 해외동포, 문학, 음악, 대중예술, 학술 자료들과 생활용품 등 우리겨레의 삶 전반에 걸쳐 넓고도 깊게 뿌리박고 있는 아리랑을 망라하는 코너로 구성된다. 


▲독일군 포로 김 그레고리의 망향가 ; 아리랑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군에 징집된 한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김 그레고리, 안 스테판, 유 니콜라이 등이었다. 독일군의 포로가 된 이들은 당시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알베르트 되겐(DOEGEN, 1877~1967)박사가 주도하는 각 민족의 언어․음악 자료의 조사에 응하게 된다. 당시에 조사된 자료들은 현재 독일 훔볼트대학교 부속 베를린 라우트 아카이브(LAUT ARCHIV)에 보관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라우트 아카이브에서 대여한 SP음반과 이들이 부른 아리랑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독일 라우트 아카이브의 소장인 멜라니(Dr. Melanie Wald-Fuhrmann) 교수와 담당사서가 직접 개막식에 참석하며, 음원자료의 활용과 관련하여 문경시와 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김 그레고리와 안 스테판이 부른 아리랑은 현재 우리가 친숙하게 들어왔던 아리랑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예컨대 아리랑의 후렴이 ‘아라릉 아라릉 아라리요/ 아리랑 철철철 배 떠나간다’, ‘아라랑 아라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자’이다. 이 아리랑은 1896년 H.B 헐버트에 의해 채보되어 ??The Korean Repository??에 실려 있는 아리랑과 일치하는 후렴구를 보여주고 있다.


▲아리랑 ; 헐버트, 비숍, 펄벅의 저서와 만나다

서양악보로 처음 채보된 아리랑은 ??The Korean Repository??(1896)에 실려 있는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1863~1949)의 아리랑이다. 이 아리랑에는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간다’라는 사설이 들어있어 문경새재아리랑과의 친연성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이를 기점으로 비숍(Isabella Bird Bishop;1832~1904) 여사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도 이 아리랑이 그대로 인용되는데 1898년 뉴욕과 런던에서 각각 출판된 책들이 전시된다.

소설 대지의 작가로 이름난 펄벅(Pearl Sydenstricker Buck;1892~1973) 여사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흔들리는 갈대(Living Reed)??(1963)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한다. 이 소설은 당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이 책의 표지가 ‘아리랑’으로 장식되어 있다.

▲아리랑 ; 역사를 만나고 문화를 이루다

아리랑은 누가 언제 어디서 부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아리랑, 아르렁, 아로롱, 어르렁, 아라리, 쓰리랑 등 아리랑의 어원과 유래도 많다. 구비(口碑)로 전승되어 온 아리랑의 특징 때문이다. 그러나 ??매천야록??과 ??한양가??에는 왕도 즐겼던 노래로 아리랑이 등장하고, 나운규에 의해 영화 아리랑이 꽃을 피웠다. 그리고 님웨일즈와 김산에 의해 ??아리랑(Song of Arirang)??이 메아리치며, ‘광복군 아리랑’으로 이어진다. 


아리랑은 국가(國歌)에 비견되기도 하며,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대중가요로 재탄생된다. 이 과정을 유물과 자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아리랑은 문학․음악 등 예술작품 전반으로 재생산되고, 학용품과 생활용품, 담배와 성냥으로도 우리의 기억을 이끈다. 팔도강산 방방곡곡에서 아리랑은 불려지고 한국인이 살고 있는 그 어느 곳에서나 아리랑이 노래되는 모습이 전시된다.

▲아리랑 ; 영상과 소리로 만나다

전국의 아리랑이 영상기록으로도 전시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아리랑가락과 더불어 아리랑에 대한 단상,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대형화면의 미디어아트를 통해 우리시대 사람들의 삶이 아리랑으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2013년 문경사람들의 모습을 영상 아리랑으로 담아 보았으며, 1985년 문경 하초리에서 녹화된 송영철옹과 할머니들의 문경새재아리랑도 처음 공개된다. SP음반과 LP음반으로 노래된 아리랑 음원 100여곡도 감상할 수 있다. 아리랑 아카이브에서는 누구나 아리랑 관련 도서를 찾아 읽어 볼 수도 있다.


▲길 위의 노래 고개의 소리 ; 아리랑

아리랑은 길 위의 노래이고 고개의 소리이다. 길과 고개는 화합과 소통의 창구다. 화합의 길이자 소통의 고개 문경새재에서 열리는 아리랑 공동기획전은 아리랑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옛길박물관은 경북 문경시가 운영하는 공립박물관으로 문경새재 내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 영남대로를 중심으로 한 교통로와 역원(驛院), 옛길 위에서 펼쳐졌던 각종 문화상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기획전 기간 중에는 매주말 문경새재아리랑 보존회(회장 송옥자)의 아리랑 공연이 펼쳐지며, 주중에는 10여회의 아리랑 강좌가 개설될 예정이다. 개막식은 오는 4월 4일 오후 4시 옛길박물관에서 열리는데, 개막식을 전후로 특강과 아리랑 공연도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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