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아트> 삼성 Leeum 28일부터‘ 금은보화‘ ’미장센’ 展…국보급 전통미술 · 현대미술 한자리에
금은보화:한국 전통공예의 미
신라·가야금관·금제여래입상…
고대~대한제국기 전통공예품 65점
화려함·정교함의 극치 보여줘
지금봐도 세련된 디테일에 감동

미장센-연출된 장면들
2000년대 현대미술 작품 중
영화적 장면 연출기법 활용한
영상·설치·사진등 15점 전시




각기 다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어 좀처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없는 신라 금관(보물 339호)과 가야 금관(국보 138호). 도금 불상이 아니라 온전히 순금(純金)으로 빚은 통일신라시대의 금제여래입상(국보 80호). 한국미술 5000년사 중 가장 빛나는 명품으로 꼽히는 금과 은, 보석으로 만든 전통공예 걸작들이 대중과 만난다. 또 영화적 기법을 활용한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참신한 현대미술도 곁들여진다. 

서울 한남동의 삼성미술관 Leeum(관장 홍라희)은 올해 첫 전시로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함께 볼 수 있는 두 개의 기획전 ‘금은보화(金銀寶貨): 한국 전통공예의 미’와 ‘미장센-연출된 장면들(MISE-ENSCENE)’을 3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동시 개최한다. 리움은 한국의 국보급 전통미술과 국내외 근현대미술을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이번에 과거와 현재, 미래 미술을 아우르는 특별전을 나란히 선보인다.

▶화려함의 극치 보여주는 금은보화전, 디테일이 살아있네=우리 선조들이 남긴 고미술은 그간 순수, 여백으로 대별돼 왔다. 그러나 리움이 야심차게 준비한 ‘금은보화’전을 보면 비록 중국미술 등에 비해 한국 고미술이 스케일은 작아도 화려함과 정교함에 있어선 충분히 정점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는 한국 고미술 명품들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그 찬란하고 우아한 예술성에 탄복하게 된다.

전시는 고대부터 대한제국기까지 금, 은, 옥, 수정, 호박 등 귀한 재료를 뛰어난 세공실력으로 만들어낸 공예품을 통해 한국미술의 화려한 면모를 살펴보는 자리다. 리움이 소장 중인 명품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경주박물관, 미국 보스턴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박물관에서 대여한 국보 9점과 보물 14점을 비롯해 모두 65점의 한국 전통공예품이 전시됐다. 출품작들은 미감과 장인의 섬세한 솜씨에 있어선 우리의 명품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음을 입증해준다. 

‘금은보화’전에 출품된 신라 5세기 여성 왕족용 금관인‘ 서봉총 금관’ (보물 339호,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전시는 ‘금은보화: 권위와 화려함을 새기다’ ‘불법의 빛,장엄의 미’ ‘금은보화: 가장 귀한 재료’ ‘금은보화: 빛으로 그리다’ 등 4개의 소주제로 짜여졌다. 재질의 특징, 재료를 세공한 장인들의 앞선 기술, 유물에 나타나는 화려한 장식과 기법 등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 전통공예의 우수성을 부각하기 위한 구성이다.

신라와 가야의 대형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은 왕족의 권위를 상징하듯 그 화려함과 장식미가 압도적이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에는 상류층에서 애호하던 금과 은, 보석류가 장신구와 무기, 마구 등에 신분및 계급을 과시하기 위해 널리 쓰였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 허리띠 등의 정교한 세공기술은 오늘 다시 봐도 돋보인다.  

화려한 연꽃 무늬와 봉황 장식으로 뚜껑을 장식한 고려시대 ‘은제도금 주자와 승반’(보스톤미술관 소장)은 고려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품이다. 짝을 이룬 승반에선 현대적 세련미도 느껴진다. 평양 대동강면 석암리 9호분에서 출토된 낙랑 1세기에 제작된 ‘금제 교구’(국보 89호)도 눈길을 끄는 작품. 처음엔 중국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 우리 장인들은 금을 좁쌀처럼 작은 알(球)로 만들어 장식품에 이어붙이는 누금기법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량을 보였다.

불교를 숭상하고 귀족가문을 중심으로 고상하고 기품있는 문화를 형성했던 고려시대의 공예품들은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성도 갖췄다. 반면에 조선 초에는 숭유억불정책으로 고급 공예품과 불상의 제작이 주춤했지만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어보 제작은 이어졌다. 특히 대한제국기 열망을 담은 황실금보와 옥보는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낸다.

불보살상을 조망하는 특별 전시공간은 이번 금은보화전의 하이라이트에 해당된다. 통일신라시대 ‘금동 사리외함’(보물 1359호)은 현존하는 사리기함 중 가장 연대가 앞선 것으로, 사방에 서로 다른 형상의 사천왕상을 세밀하게 조각해 넣은 명품이다. 통일신라시대 금동여래입상과 좌우측에 협시 보살상을 전시한 불상실은 마치 석굴암처럼 꾸며 차분한 가운데 경배를 하며, 작품을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오색의 빛나는 주옥으로 만든 ‘유리 주옥’(보물 570호)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전칠기인 통일신라시대의 ‘나전 단화금 수문거울’(국보 140호) 등은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공예품이다. 이 밖에 피카소의 작품 같은 가야시대 은제 조익형 관식(머리장식),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고려시대 ‘감지금은니 대방광불화엄경’(국보 215호)도 만날 수 있다.

리움 측은 맨눈으로 잘 보기 어려운 세밀한 장식기법과 문양을 상세히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 곳곳에 갤럭시 노트2와 DID 고해상도 모니터를 비치했다. 특히 이번에는 화면이 360도 회전하는 디지털 신기술이 새로 개발돼 감상의 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미장센’전 중 러시아 작가그룹 ‘AES+F’의 사진 ‘트리말키오의 연회’

▶영화와 미술의 영향관계 조명한 ‘미장센’전=2000년대 현대미술품 중 영화적 장면 연출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모은 ‘미장센-연출된 장면들’에는 국내외 작가들의 영상, 영상설치, 사진 등 15점이 전시됐다. 영화에서 화면에 보이는 시각적 구성요소를 가리키는 단어인 ‘미장센’은 현대미술에서는 일상과 무의식을 탐구하거나, 미술과 영화의 역사를 독특하게 재해석하는데 널리 차용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양푸동, 진기종, AES+F, 정연두 등 8명의 작가들도 이를 색다르게 활용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이브 수스만/루퍼스 코퍼레이션은 벨라스케스의 명화 ‘시녀들’을 영상으로 알쏭달쏭하게 재해석해 흥미를 준다. 정연두는 이번 전시를 위해 ‘태극기 휘날리며’ ‘도쿄스토리’ 등 국내외 유명영화의 장면을 재구성한 독특한 이면화 작품을 제작했다. 또 캐나다 작가 아다드 하나는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1960)에 등장하는 피아노방 장면을 12개의 모니터 영상으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02)2014-690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