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35·사진)이 15년의 단원 생활을 마치고 국립발레단을 떠난 지 9개월이 지났다. 1년에 150번 무대에 서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매진기록을 세웠던 김주원이 다음달 예술감독이란 타이틀을 갖고 발레 작품 ‘마그리트와 아르망’과 함께 돌아온다.

“예술감독이라니 아직은 낯설어요. 처음이고 아무래도 춤만 출 때와는 달리 다른 것까지 신경 써야 하죠. 쉽지만은 않아요. 무용수 섭외, 연주자 섭외, 악기 편성까지. 작품의 배열도 제가 했고 영상도 기획해야 했으니까요.”

예술감독으로 첫 데뷔라 부담이 클 텐데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 아름다운 춤이 함께하고 있어 오히려 든든하다.

그가 준비하는 ‘마그리트와 아르망’은 영국의 유명한 안무가 프레데릭 애시튼의 작품. 지난 2000년 영국에서 우연히 접했고 꼭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13년이 걸렸다. 지난해 여름, 발레단을 나오자마자 작품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올해가 애시튼 서거 25주년이에요. 한국에 애시튼을 의미 있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에 공연하는 네 작품 모두 애시튼 작품이고 그를 잘 느낄 수 있도록 1부 시작할 때 영화 같은 7~8분의 영상도 준비했어요.”

‘마그리트와 아르망’은 2000년 실비 길렘과 니콜라 르리시가 복원된 작품을 재연하며 20여년의 봉인을 풀었고, 이후 이 작품을 한 무용수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된다. 동양인으론 김주원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선 오래전 한 무대에 섰던 이렉 무하메도프가 아르망의 아버지로, 미국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 김현웅이 아르망 역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

단막 공연이지만 3막짜리 공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두 시간 여유 있게 추는 전막 공연과 달리 감정의 기승전결을 35분 안에 다 쏟아부어야 한다. 35분 중 무대를 비우는 건 세 차례 옷을 갈아입는 1분뿐이다.

“이 작품을 리허설하면서 죽는 장면으로 끝나고 나면 감정적으로 녹초가 돼요. 정말 치열하게 연습하죠.”

열정의 붉은 드레스, 사랑과 환희의 흰 드레스, 이별과 슬픔의 검은 드레스, 죽어가는 장면의 가운 등 네 가지 의상과 콘셉트로 꾸며지는 무대는 200%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객원 수석무용수로 아직 국립발레단과 인연을 맺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 그의 활동 폭은 더 넓어졌다. 성신여대 전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MBC ‘댄싱위드더스타’ 시즌3에 심사위원으로도 출연 중이다.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재능기부를 하며 사회봉사도 더 활발히 하고 있다. 5월엔 미디어아트, 현대무용, 성악, 사진 등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뭐든 “하고 싶어야 하고, 명분과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그에게 30년 뒤의 미래를 묻자, “그때까지 춤추는 거 아니에요?”라며 농담하면서도 의외로 소박한 답변이 나왔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