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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감독으로 데뷔하는 김주원 그의 ‘마그리트와 아르망’
발레리나 김주원(35)이 15년의 단원 생활을 마치고 국립발레단을 떠난 지 9개월이 지났다. 1년에 150번의 무대와 기계처럼 매진하던 반복된 일상, 그런 일과에서 벗어나 새로운 첫 걸음을 내디딘 지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랬던 김주원이 예술감독이란 타이틀을 갖고 발레 작품 ‘마그리트와 아르망’과 함께 돌아온다. 지난 23일, 주말에도 서울사이버대학교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연습에 여념이 없던 그를 만났다.

“예술감독이라니 아직은 낯설어요. 처음이고 아무래도 춤만 출 때와는 달리 다른 것까지 신경써야 하죠. 쉽지만은 않아요. 무용수 섭외, 연주자 섭외, 악기 편성까지. 작품의 배열도 제가 했고 영상도 기획해야 했으니까요.”

무용만 할 때보다 일이 많아진 건 확실하다. 예술감독으로 첫 데뷔라 부담이 클텐데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 아름다운 춤이 함께 하고 있어 오히려 든든하다.

그가 준비하는 ‘마그리트와 아르망’은 영국의 유명한 안무가 프레데릭 애쉬튼의 작품. 지난 2000년 영국에서 우연히 접했고 꼭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13년이 걸렸다. 지난해 여름, 발레단을 나오자마자 작품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올해가 애쉬튼 서거 25주년이에요. 한국에 애쉬튼을 의미있게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에 공연하는 네 작품 모두 애쉬튼 작품이고 그를 잘 느낄 수 있도록 1부 시작할 때 영화같은 7~8분의 영상도 준비했어요.”

이 중 ‘마그리트와 아르망’은 전설적인 무용수 마고트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2000년 실비 길렘과 니콜라 르리쉬가 복원된 작품을 재연하며 20여년의 봉인을 풀었고 이후 이 작품을 한 무용수는 세계적으로 몇 안된다. 동양인으론 김주원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선 오래 전 한 무대에 섰던 이렉 무하메도프가 아르망의 아버지로, 미국 워싱턴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현웅이 아르망 역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의 호흡, 파트너쉽이 중요한 작품이죠. 실비 길렘도 다른 파트너와 하려다 여러번 호흡을 맞춘 르리쉬와 했어요. 한국 초연이고 아무나 할 수 없으니 아르망 역은 한국 사람이었으면 했어요. 현웅이는 국립발레단 15년 중 6년을 주역으로 함께했죠.”

단막 공연이지만 3막 짜리 공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두 시간 여유있게 추는 전막공연과 달리 감정의 기승전결을 35분 안에 다 쏟아부어야 한다. 35분 중 무대를 비우는 건 3차례 옷을 갈아입는 1분 뿐이다.

“오래 전막 공연을 했지만 이 작품을 리허설 하면서 죽는 장면으로 끝나고 나면 감정적으로 녹초가 돼요. 정말 치열하게 연습하고 있죠.”

열정의 붉은 드레스, 사랑과 환희의 흰 드레스, 이별과 슬픔의 검은 드레스, 죽어가는 장면의 가운 등 네가지 의상과 컨셉으로 꾸며지는 무대는 200%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귀하고 특별하다며 많은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에서 1부를 구성할 ‘타이스 파 드 되’, ‘랩소디 파 드 되’, ‘어웨이크닝 파 드 되’ 역시 국내 초연하는 귀한 작품임은 마찬가지다.

“무대에선 결코 묻힐 수 없는 작품들이에요. 직접 골랐고 애쉬튼의 색깔을 잘 보여주면서 익숙한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타이스와 파가니니,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고 협연하는 느낌이에요.”

피아니스트 조재혁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가 함께하며 이밖에 유니버설발레단의 엄재용, 황혜민 커플도 그를 돕는다. 영상은 영화감독 이재용이 제작할 예정이다.

객원 수석무용수로 아직 국립발레단과 인연을 맺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 김주원의 활동의 폭은 더 넓어졌다. 성신여대 전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MBC ‘댄싱위드더스타’ 시즌3에 심사위원으로도 꾸준히 출연중이다.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재능기부를 하며 사회봉사도 더 활발히 하고 있다. 5월엔 미디어아트, 현대무용, 성악, 사진 등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뭐든 “하고 싶어야 하고, 명분과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그에게 30년 뒤의 미래를 묻자, “그때까지 춤추는 거 아니에요?”라며 농담하면서도 의외로 소박한 답변이 나왔다.

“제가 열심히 잘 살았다면 행복한 가정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해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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