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화가 이호신 ‘어머니의 땅’ 웅혼한 지리산을 그리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서울 한복판에서 지리산을 맛본다. 그 웅혼함이, 그 너그러움이 가슴을 벅차게 파고든다. 자연과 삶, 문화가 어우러지는 상생의 미(美)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아라아트센터가 2013년 첫 기획전으로 한국화가 이호신의 ‘어머니의 땅, 지리산 진경 순례’전을 개최한다.

오는 4월4일 개막될 이 전시에는 이호신이 지난 20여년간 투혼을 바쳐 제작한 지리산 그림 총 200여점이 내걸린다.

그 어떤 화가보다 부지런하고, 작업량이 많기로 유명한 이호신은 겸재 정선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온 진경산수 기법을 이어받아 이를 현대적 필치와 색감을 계승해왔다. 그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몰두해온 지리산 진경산수화의 전모가 공개될 이번 전시는 한 작가의 단독 전시로는, 더구나 한국화가의 전시로선 거의 유례가 없는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화가 이호신은 이 땅, 이 겨레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바탕으로 지리산 자락을 끝없이 누볐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깊은 계곡을 샅샅이 밟아가며 지리산의 속살을 파고들었다. 그리곤 그 웅혼한 아름다움에 탄복해 구도자의 마음으로 먹을 갈고, 붓을 들어 신명나게 그림을 그렸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자기 구도와 성찰을 이어간 작가의 지리산 순례가 대단원을 고하는 자리다. 지난했던 탐험과 순례, 그 화업의 결과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이다.

아라아트센터 지하 1층~지하 4층의 900여평의 전시장은 유유히 출렁이는 지리산의 산맥, 영기(靈氣)로 충만한 봉우리들, 기운차게 쏟아지는 폭포, 너른 옥토를 적시며 흘러가는 강으로 채워지게 된다. 수행과 경배의 도량인 천년 고찰과 역사의 무대가 되어 피와 눈물을 쏟은 가슴 아린 현장을 담은 화폭도 내걸린다, 


이호신의 그림 속에는 위대한 문학작품과 구성진 전통가락을 뽑아냈던 터가 등장한다. 수령 삼사백 년은 족히 될 법한 신목(神木)이 보호하는 크고 작은 마을과 그 곳에서 담담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동이 터오는 맑은 첫새벽의 싱그런 정기에서부터 뽀얀 달이 떠오른 밤의 아늑한 정취까지, 노란 산수유와 눈부신 벚꽃이 만발한 봄부터 흰 눈에 덮여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까지, 그야말로 지리산과 지리산이 품고 있는 모습들이 때로는 드라마틱하게, 때로는 은근하게 조망된다. 


작가는 200호 크기의 대형 회화를 50여점 넘게 선보일 예정이다. 그 웅장한 정경으로 인해 서울 인사동에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옮겨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신은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은 3개의 도(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의와 1개 시(남원)와 4개 군(구례, 산청, 하동, 함양)을 품고 있는 백두대간의 마지막 얼굴이다. 백두산이 아버지라면 지리산은 어머니이다. 삼신산, 두류산, 방장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은 참으로 유장하고 장엄하고 지리하다”고 했다. 또 “천왕봉을 중심으로 흘러내리는 골짜기와 계곡, 너른 들녘과 맑은 강은 겨레의 젖줄이요, 민족의 대서사시이다. 이 산 아래에서 역사의 바람이 불고 문화의 꽃이 피어났다. 온갖 삶을 다 받아주고 아픔을 삭여주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산이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지리산 순례에 늘 동행했던 화첩 50여권도 전시된다. 이호신은 바랑 속에 화첩들을 넣고 수없이 스케치를반복했다. 빗물에 종이가 번지고, 거센 바람에 날리고, 눈이 펄펄 내리는 와중에도 그는 가열차게 산하를 사생(寫生)했다, 그랬기에 본격적인 작품을, 대작을 그릴 수 있었노라고 작가는 토로했다.

이렇게 실재(實在)하는 경관을, 산세와 지세, 물의 흐름과 그 곳에 뿌리내린 수종(樹種)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사생한 후 이를 화폭에 재구성하는 것이 진경산수인바, 그 치열하고 지난했던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는 화첩을 작품과 함께 접하는 것 또한 감상의 묘미가 각별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호신의 그림은 단순한 진경화보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 건축과 조각, 회화가 한데 어우러져 숨 쉬는 이 시대 문화의 총화(總和)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진경화법 수련의 교본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고 평했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02)733-1981 
사진제공=아라아트센터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