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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한 우정의 편지 '삼현수간'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
[북데일리] 생사를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끝까지 그것을 지킨 세 벗이 있다.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 그리고 구봉 송익필. 그들은 20대 약관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쉼 없이 편지를 주고 받았다. 편지의 내용은 신변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속 깊은 철학적 담론, 세상을 경영할 정치적 방략까지 그 깊이와 넓이가 한량없다. 참고로 우계는 과거를 보지 않았으나 현인으로 추천되어 높은 벼슬을 살았다. 구봉은 뛰어난 시인이었으나 신분 때문에 벼슬에 나가지 못한 선비다.

<삼현수간>(한국고전번역원. 2013)은 글자 그대로 세 사람의 편지를 모아 펴낸 서간집이다. 2004년 보물로 지정된 이 서간첩(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은 그 내용뿐 아니라 글씨 또한 뛰어나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 서간첩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다. 매우 귀중한 자료임에도 몇몇 연구자들만 알 뿐 거의 묻혀 있다시피 하였다. 이에 평소 고전을 쉽게 풀어쓰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온 작가 장주식이 이 오래된 유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을 시도하였다. 삼현수간을 뼈대로 하여 세 사람의 문집을 뒤져 빠진 이야기를 채우고, 상상력을 더해 이들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세상의 이야기를 되살려낸 것.

‘먹을 보내 주셨는데 깊은 마음 씀씀이로 여기고 잘 받겠습니다. 이 먹을 사용하여 제 자신의 잘못을 기록하여 가르침으로 삼겠습니다.‘ -율곡의 먹 선물을 받은 구봉의 답장

보내 주신 시는 마음먹은 대로 지어져서인지 문장이 뛰어납니다. 제가 미칠 수 있는 경지가 아닙니다. 다시 읽고 음미해도 한없이 대단합니다. - 구보의 시에 대한 우계의 상찬.

‘아, 슬프다. 하늘은 어찌하여 형에게 따뜻한 마음과 부드러운 몸가짐, 더불어 즐길 줄 아는 넉넉함, 상쾌하고 정결하며 맑게 트인 자질들을 주고 긴 목숨은 주지 않았습니까. 하늘은 어찌하여 형에게 어질고 너그러우며 성실하고 밝으며 차분하고 순수한 학문을 닦게 하고선, 학문을 펼칠 세상을 윤택하게 할 복은 주시지 않았는지요.‘ -율곡의 죽음에 대한 구봉의 제문.

세 사람은 서로를 가르치고, 서로에게 배우며, 서로를 성장시켰다. 평생 서로의 삶과 학문에 굳센 버팀목이 되었다. 세 현인의 빛나는 교우는 사귐의 의미가 희박해진 이 시대에,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책은 저자의 말처럼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배달된 오래된 편지 속으로 여행’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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