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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정을 예술로' 거장의 삶 생생
베를리오즈가 쓴 <음악여행자의 책>
[북데일리] ‘관현학의 혁명가.’ 엑토르 베를리오즈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전문가들은 그가 관련분야에 혁신을 이루었다고 평한다.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는 드물게 성장 과정과 음악세계에 관한 책을 냈다. 최근 나온 <음악 여행자의 책>(봄아필. 2013)는 한 거장 음악가의 생을 생생히 보여주는 책이다.  흥미롭다. 글쓰기는 음악가라. 보기 드물지 않는가.

책에 따르면 그는 극단적으로 예민한 감수성과 상상력, 대담하고 격정적인 성격을 지녔다. 이는 그의 재능을 더욱 빛나게 한 축복이자 그의 삶을 고단하게 만든 독이었다. 여기에 얽힌 일화 중 하나는 첫사랑의 실연이다. 그는 열두 살에 그 아픔을 겪었다.

내 청년기의 습작들에는 우울한 자취가 짙게 배어있다. 거의 모든 멜로디가 단조였다. 나는 이런 한계를 잘 알았지만 별 수 없었다. 첫사랑의 슬픔으로 가득 차있었다. 애도의 검은 휘장이 내 생각을 덮고 있었다. (중략) 나는 내 잔인한 미녀의 분홍 장밋빛 부츠와 눈이 부셨던 그녀의 눈빛과 그녀의 발걸음이 영광스럽게 스쳤던 자리와 숲을 떠냐아 하는 절망을 표현한 몹시 슬픈 글을 지어보았다.‘ 28쪽

이 뿐만 아니라 그는 약혼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소식에 분노하여 당장 그녀를 죽이겠다고 총을 들고 복수극을 꾸미는 격렬한 사내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격정은 창작의 에너지가 됐다. 나중에 아내가 된, 당시의 스타 앙리에트 스미드슨과에 대한 절절한 사랑은 그의 대표작「환상교향곡」으로 이어졌다.

책에는 이런 사랑 이야기만 등장하지 않는다. 베토벤과 바그너를 위시해 각별했던 프란츠 리스트, 만나기만 하면 말싸움을 벌이면서도 서로의 지휘봉을 교환하며 우정을 과시했던 멘델스존, 「이탈리아의 해럴드」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대작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파가니니와 같은 거장이 그의 전기에 ‘보조출연‘ 한다. 지금은 전설이 된 음악의 거장들과 동시대의 음악적 라이벌이자 동료, 선배, 친구이다.

더욱이 그의 솔직하고 격한 성격 덕에 우리는 그 현장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다. 그는 어떤 비난과 냉대에도 예술에 대한 소신을 지켰고, 예술 활동에 어떠한 나태함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로써 우리는 자신부터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전력을 다해 추구하고 도전하며 관현악의 ‘혁명’을 이룬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책에 대한 다음과 같은 평가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창작과 저술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유산이다. 음악계의 귀재들과 극장과 연주 환경 등 전해지는 기록이 많지 않은 음악계에서 전설적인 음악가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극히 소중한 중언이기 때문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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