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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출신 노예가 로마를 가르쳤다
역사를 구성할 때 사건 중심의 거시적 시각과 달리 개인사를 중심으로 한 미시사는 역사를 입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개인을 다루는 전기는 그런 면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는 창을 제공한다. 로마 제정기의 역사가이자 전기 작가인 수에토니우스는 로마 공화정기 문법학자와 수사학자 26명의 생애와 활약상을 담은 전기 모음집 ‘뛰어난 사람들에 대하여’를 펴낸다. 그러나 그중 ‘로마의 수사학자들’은 대부분 유실됐고 ‘로마의 문법학자들’만 온전히 남아있다. 현재까지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몇 안되는 수에토니우스 작품 중 하나인 이 책이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의 번역과 주해로 국내 첫 출간됐다.

당시 로마 문법학자들은 대부분 노예 출신이거나 후손들이었다.

당시 전쟁을 끝낸 로마는 전쟁기술에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보다 말 기술이 뛰어나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 사회적으로 요청되는 계제에 이르자 자녀교육에 적극 나서게 된다. 인문학을 자신들의 언어로 연구해본 적도, 라틴어 텍스트도 없었던 이들의 선택은 그리스 출신 노예를 자녀 교육의 선생으로 모시는 일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문법은 현대적인 의미의 문법만이 아니라 읽기, 쓰기와 관련된 기초 교육프로그램을 가리킨다. 로마 학문이 독자적 체계를 갖추고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기까지 노예 출신 문법학자들의 교육과 번역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 문법학자들은 돈과 생존을 위해 자신의 문법학교를 특화하고 전문화했다. 로마의 교육이 자유교양학문을 지향했던 그리스 파이데이아 교육 이념과 멀어진 이유다. 수에토니우스는 이런 로마 공화정 말기 문법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며 반성과 비판을 담아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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