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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한손엔 장거리 로켓…한손엔 핵무기…‘지구촌 악동’ 김정은의 위험한 베팅
對美압박·내부통제 겨냥
3차 핵실험에 3조원 투입
식량난 주민 불만 가중
美·中·日 강력반발 화 자초
스스로 제 발목 잡은 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평화가 걸린 큰 판에서 서른 살 젊은이의 베팅이 거침없다. 처음 반 년 정도는 그래도 좀 순한 척하더니, 일년쯤 지나자 ‘지구촌 악동’으로 돌변했다. 상대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최고의 강자들인데도, 이 젊은이의 태도는 그네 동네 말로 ‘강짜’다. 왜인가 봤더니, 집안 내력이다. 하지만 3대째 계속되는 이 수법도 이젠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방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2일 위성 발사를 가장해 대륙 간 탄도탄(ICBM) 발사 실험에 성공하더니, 꼭 두 달 만에 핵실험을 성공시키며 기세등등이다. 미국의 동맹국을 제외하면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한 발 다가갔기 때문이다.

한 손엔 핵무기, 다른 한 손엔 장거리 로켓이란 카드를 쥐었지만 김 위원장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이 카드를 쓴다는 것은 곧 정권 붕괴를 뜻하고, 계속 쓰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두 달 새 굵직한 이벤트 두 건으로 내부 통제력을 높일 수 있었지만, 약효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최근 노동당 정치국 회의 결과를 보면 유독 경제 관련 정책목표가 많은데, 그만큼 경제에 대한 내부의 요구(needs)들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3차 핵실험에 들인 돈은 약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그만큼 민심을 돌릴 ‘레버리지(leverage)’를 잃은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 카드를 흔들어 미국이나 남한을 협상테이블로 불렀고, 적잖은 수확도 거뒀다. 하지만 앞으로도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핵개발을 넘어선 무장은 북한의 맹방인 중국조차 반대 입장이다. 완벽한 핵 포기 없이, 이미 여러 차례 ‘속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먹여살릴 만한 지원에 나설 리 없다. 남한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모두 정권 초기다. 앞으로 이들의 대북 정책은 상당 기간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지속적으로 내부의 민생 압력을 계속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생을 해결하지 못하고 존속한 왕국은 없다.

결국 서른 살 초보 통치자의 이번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대화의 주도권을 잡게 해준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의 발밑을 파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아버지의 핵(核)가방’이 탐이 나지만, 아버지 시대에나 통할 물건일 뿐이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 시대’를 열어 갈지, ‘김정일 시즌 2’로 소멸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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